박성은 교무

소태산의 지도에 따라 드디어 기적같이 방언공사를 마치고 준공을 하게 됐다. 도덕회상을 건설하기 위한 첫 관문으로 시작된 방언공사를 해내고 나니 오히려 방언 일은 쉬운 일로 느껴졌다. 그리고 오히려 앞으로 도 이룰 것에 대한 걱정을 나누게 됐다.

소태산은 이 이야기를 듣고 "도를 이루는 일은 알고 보면 밥먹기 보다 쉽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그 말씀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소태산은 다시 제자들에게 "도를 이루고 그 넉넉하고 한가한 심경이 어찌 저 언 막기 같이 어려우리요"라고 공부심을 북돋아 주며, 말의 뜻을 새겨보라고 당부한다. 도를 이룬다는 것이 밥먹기 보다 쉬운 일인가? 소태산의 자신있는 공부길의 근거를 화두로 삼고 찾아보자.

첫째는 목적지가 분명하니 쉽다는 것이다. 성자들이 세상에 출현할 때는 시대와 인연을 맞춰 온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성자라고 해도 인간의 몸을 가지고 올 때는 다시 구도의 과정을 거쳐서 서원을 찾아야 한다. 사람의 몸을 받은 누구나 깨달음의 씨앗을 가지고 있지만 구도와 수행을 통해 그것은 선명해질 수 있다.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구하지 않은 견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의 목적은 영혼의 진급이며, 그것은 함께할 때 의미가 있는 것임을 서원문에 밝히고 있다.

둘째는 지금 있는 곳에서 부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 시절 인도여행을 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었다.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인도 운전기사가 "No problem"이라고 반복하며 우리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그런데 우리 일행들은 그 모습이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만 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인도인들은 "No problem"을 염불 문구처럼 일상생활에 사용하며 평온함을 지키고 있었다.

태국 방문 때 인도처럼 비슷한 언어습관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메이뺀라이"는 "괜찮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두 언어는 모두 평정심을 찾는 주문과도 같은 말로 일상생활에 사용되고 있었다. 부처의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이 부처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공부’는 경계마다 하는 것이다. 원래 없는 자리를 회복하는 마음공부가 부처행을 나투는 삶인 것이다.

셋째는 사람다운 책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태산의 책임은 천권시대를 지나 인권시대를 책임지는 성자로 온 것이다. 신기한 이적을 얻는 공부가 아니라 밥 먹고 잘 사는 공부길이다. 사람다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길로 도를 안내한다는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을 여행할 때는 두려움과 긴장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지도책 하나는 차 속에 넣고 다니면서 보곤 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목적지를 검색하면 도착시간까지 계산해서 바로 길을 안내한다. 가는 길과 시간까지 짐작하고 가기 때문에 크게 두려움과 걱정을 하지 않고 안심하고 갈 수 있다.

소태산은 이미 당신이 도착한 길과 장소를 보여주었다. 모든 존재가 일원상이요, 자신이 부처임을 알고 길을 떠나라고 보여주었다. 내가 부처인 줄 알고 나면 도를 따로 구할 것이 없기 때문에 밥먹기 보다 쉬운 일인 것이다.

/와룡산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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