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개미 죽으면 다른 일개미 대체…그만큼 환경 중요해
교육행정혁신, 공의·공유문화 등 교육환경 개선 앞장서

2010년 8월27일, 개미의 게놈 지도가 사상 처음으로 완성됐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의 대니 레인버그(Danny Reinberg) 등 4명의 과학자는 '점프개미'를 연구하여 여왕개미와 일개미의 유전자가 완벽히 일치하며, 두 종류의 개미는 각각 DNA 염기서열은 똑같지만 사회적 계급에 따른 후생유전학적 변화(epigenetic change)에 의해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과학자가 밝혀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왕개미가 죽게 되면 다른 일개미 중에서 한 마리를 여왕개미로 추대하게 되는데, 작은 일개미가 '새 여왕'으로 임명되면 여왕개미만큼 큰 크기로 성장해 알을 낳고 수명도 일개미보다 10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계급 중심의 개미 사회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지 교육을 연구하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점프개미 연구와 같이 학생들의 인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원창학원의 대표적인 인성교육프로그램인 '귀공자와 귀공주'의 객관적 평가부터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귀공자 귀공주 실행에 있어 교육 철학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인성교육 효과가 얼마만큼 나타나는지 등 가시적인 분석·평가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실효있는 인성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2016 학생 인성 실태 분석보고서' 조사를 원광대 교육학과 손충기 명예교수와 함께하며, 인성교육 평가척도를 개발해 향후 3년간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으로 변화도를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인성교육이 학교에서 잘 이뤄진다해도 가정에서 행해지는 교육보다 못하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며 소통하는 '유무념 대조 가족 공동 마음챙기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원창학원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원불교'라는 종교는 매우 친숙하게 인식되고 있다. 또한, 중등교육과 대학교의 고등교육 간에 연계 교육이 가능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원불교'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교육환경과 가족환경도 중요하지만, 교육환경의 기반인 교육행정환경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학교법인 원창학원은 1951년에 원불교가 설립한 사립학교 법인으로 원광고등학교, 원광여자고등학교,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 원광중학교, 원광여자중학교등 5개 학교, 교직원 330여 명과 학생 3,500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교육공동체이다. 학교는 교무 개인역량에 의한 교화가 아닌 교육행정을 통해 조직이 함께하는 시스템적 교화라야 양적·질적 성장이 모두 가능하다.

김일상 이사장이 제시한 ▷개교정신실현 ▷지자본위 ▷공도자숭배 ▷투명한 학교경영을 통한 기본 경영방침에 따라 법인사무국은 물론, 학교관리자와 법당 교무, 주요 보직 교사 등 5개 학교의 직책별협의회를 구축해 함께 토론, 공의,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공의와 공유 문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원창학원 5개 학교 통합소식지'다. 이는 5개 학교 역사를 기록보존하는 의미와 함께, 전국적으로 원불교 및 원불교 교육기관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장점을 가져왔다.

그리고 원창학원의 모든 행정문서를 컴퓨터로 자료화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2년동안 꽤 힘든 작업이었지만, 원창학원에 남아있는 모든 문서와 사진들까지 스캔을 마친 상태다. 이 작업을 하면서 개인역량과 조직이 유기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방법, 즉 자료축적하는 작업이란 원창학원과 원불교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확신이었다.

지금까지 원불교의 역사는 개인의 헌신에 의한 성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역량의 한계성을 극복해야 할 때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밝히신 '공의(公議)'와 '공유(共有)' 문화를 통해서 말이다. 이러한 문화야말로 매우 중요한 환경이면서도, 개인역량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대안이다.

/원창학원

[2017년 1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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