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이 내리는 사후심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윤회의 천업에서 벗어나 영원한 대자유를 얻는 것이고, 둘째는 다생겁래를 반복하는 것이다. 첫 번째 판결을 받는 영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개는 두 번째 판결을 받고 육도로 들어가게 된다.

소태산은 다생겁래를 육도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으로 말했다. 다생겁래와 같은 뜻으로 니체의 '영원회귀'가 있다. 다생겁래의 판결에 따라 영가는 염라대왕이 선택해준 육도 중의 하나로 들어가게 된다. 염라대왕이 판결하는 동안에 영가 앞에 영화처럼 육도세계가 펼쳐진다.

첫 번째 세계는 온갖 종류의 성탑과 맑고 담백한 산 속에 아담하게 지어진 사원들이 보일 것이다. 숲이나 초원 그리고 온갖 꽃들이 피어 있을 것이다. 영가가 만일 유럽인이나 기독교인이라면 화려한 궁전이나 천국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그곳은 천상계이니 들어가도 좋다. 하지만 그곳으로 들어가는 영가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두 번째 세계는 진리가 담겨진 감미로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거리와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또는 부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거나 명상하는 모습도 나타날 것이다. 그곳은 인간계이니 들어가도 좋다. 하지만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영가들은 정해져 있다. 

세 번째 세계는 '멋진 숲이 보이거나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불꽃들이 보일 것이다.' 거대한 발자국들이 보일 것이다. 그것들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곳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아수라계에 환생할 판결을 받은 자들은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끌려 들어가게 되어 있다.

네 번째 세계는 바위굴과 수없이 많은 구멍들, 흐린 물결이 나타날 것이다. 썩은 물웅덩이와 온갖 곤충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곳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축생계에 환생할 판결을 받은 자들은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어 있다.

다섯 번째 세계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평원과 낮은 동굴들과 밀림 사이의 빈터와 폐허가 된 숲이 보일 것이다. 그곳에 들어가 아귀로 태어나면, 배고픔과 갈증으로 온갖 고통을 겪으리라.' 그곳은 불행한 귀신들이 사는 아귀계다.

여섯 번째 세계는 고문 받는 듯한 울부짖는 신음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음침한 대지와 흑백의 건물들, 땅 위에 난 검은 구멍들, 그리고 그대가 지나가야 하는 검은 길 등이 나타날 것이다.' 나무도 없고 풀도 없는 황폐한 풍경이 나타날 것이다. '불가마와 얼음바다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질' 것이다. 그곳이 지옥계다. 그곳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저항하지 못하고 그곳으로 끌려 들어가리라.'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에서 환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네 가지 은혜를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나 아닌 모든 너'에게 네 가지 은혜를 나누어야 한다. 받으려고 하지 말고 오직 주려고만 하라. 사은(四恩)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북일교당

[2017년 1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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