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어린이 교전공부〉.

격언에 '홍시감은 늦게 깎을수록 좋고, 수도인 머리는 일찍 깎을수록 좋다'고 했다. 그런데 경전·교서의 가르침이 어른들을 위한 언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교화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이 이탈리아의 전교사였던 바뇨니(P.A. Vagnoni, 중국명 高一志, 1566-1640)가 중국에 상륙해 〈아동교육론(童幼敎育)〉(1620)을 먼저 쓴 이유를 모른다면,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 교단에서도 교화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교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기울여졌다. 원기61년(1976) 교화부에서 펴낸 〈원불교 어린이 교전공부〉(원불교출판사)로, 〈정전〉을 다룬 국판 149쪽이다.

구성은 책머리에 일원상, 표어, 교리도를 싣고, 〈정전〉 편차에 따라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평이한 글로 풀어쓴 내용이다. 필요한 곳에 그림을 넣고, 뒤에 어린이의 일과, 어린이 헌장, 그리고 어린이 성가 48장을 실었다.

표어에서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모두모두 부처님 일일마다 공경심, '무시선 무처선'을 어느 때나 착한 공부 어디서나 착한 공부, '동정일여 영육쌍전'을 언제나 한결같이 몸도 튼튼 맘도 튼튼,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을 부처님같이 살며 부처님 법 빛내자로 밝혔다.

'총서편'은 앞 말씀, '개교의 동기'는 새 종교 펴신 뜻, '교법의 총설'은 새 부처님의 가르치심으로 풀었다. '교의편'은 가르치신 참 뜻, '일원상'은 진리부처님 일원상, '사은'은 일원상부처님께서 주신 네 가지 은혜, '사요'은 부처님세계 건설하는 길, '삼학'은 일원상부처님 닮아가는 세 가지 공부, '팔조'는 여덟 가지 다짐,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는 사람 도리하는 길과 공부, '사대강령'은 네 가지 강령으로 풀었다.

'일상수행의 요법'은 나날이 닦아나갈 아홉 가지 공부,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은 훈련받는 공부, '염불법'은 염불하는 공부, '좌선법'은 좌선하는 공부, '의두요목'은 의심하여 연구하는 공부, '일기법'은 일기하는 공부, '무시선법'은 언제 어디서나 선하는 공부, '참회문'은 참회하는 공부, '심고와 기도'는 심고와 기도하는 공부, '불공하는 법'은 불공하는 공부, '계문'은 계문을 지키는 공부, '솔성요론'은 마음 갖는 법, '최초법어'는 최초의 가르치심, '고락에 대한 법문'은 괴로움과 즐거움에 대한 가르치심,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은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 '영육쌍전법'은 마음과 몸을 함께 닦는 법, '법위등급'은 공부등급으로 풀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속에 교리해석의 방향도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 원광대 명예교수

[2017년1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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