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아이큐 검사를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 아이큐 검사를 받아보았다. 그 당시 아이큐가 높게 나온 아이들을 선별해서 따로 알려줬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것을 보면서 머리가 좋으면 공부도 잘하고 나중에 커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남다른 재능이 있거나 머리가 특별히 좋은 아이들을 신동 또는 영재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커서도 모두 성공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크면서 알게 된 것은 타고난 재능이나 좋은 환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정성을 놓지 않아야 결국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일컬어 그릿(Grit)이라고 한다.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 열정과 집념의 인내력, 이 모든 것을 아우른 단어이다.

도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동기교무들이 모이면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출가해서 성공하는 사람은 끝까지 안 나가고 버티는 사람이라고. 조금 부족하고 둔할지라도 이 공부 이 사업에 등지지 않고, 늘 한결 같이 자신의 위치에서 정성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자리에 바로 깨달음이 있고 성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큰 회상을 일어내는 데에는 재주와 지식과 물질이 풍부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물론 필요하나 그것만으로는 오직 울타리가 될 뿐이요, 설혹 둔하고 무식한 사람이라도 혈심 가진 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욱 중요하나니, 그가 참으로 알뜰한 주인이 될 것이며 모든 일에 대성을 보나니라."(〈대종경〉 교단품 32장).

대종사는 어떠한 일이나 서원을 향해 두 마음 없이 오직 한 마음으로 그 일을 이룰 때까지 오롯이 정성을 다하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바로 혈심을 가진 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혈심이 바로 요즘 언어로 그릿(Grit)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과 끈기가 높은 사람,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그릿지수가 높은 사람들이라 말한다. 아무리 높은 아이큐와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금세 포기하거나, 다른 일로 계속해서 바꿔 버린다면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출가 전, 나는 어떠한 일이든 싫증을 잘 느끼고 변덕이 심했다. 그런 나에게 출가의 길은 생각만으로도 도저히 힘들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물며 성불제중의 서원은 한 평생을 두고 하는 일도 아닌 오백생을 두고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서원을 가슴에 품고 사는 나에게 그릿(Grit)은 정말 필요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옳다, 그렇다, 좋다'라는 표현으로 그뤠잇(Great)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릿지수가 높은 사람들에게 나는 그뤠잇이라 말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출가자로서 서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금은 더디더라도 열정을 뛰어넘는 끈기와 인내로 그릿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

며칠 후 2017년 한 해가 저문다. 소중한 주변의 인연들에게 올 한 해도 수많은 경계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았노라고 따뜻한 위로와 함께 감사를 전하며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광주교당

[2017년 12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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