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원불교 150년 향해 기도할 때입니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모든 일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감회가 깊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지난해 12월21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김정택 제주교구 교의회의장(제주교당)의 소감은 담백했다. 국민훈장은 각 분야에서 국민복지 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서훈하는 큰 영예다. 김 의장은 얼마 전까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 회장 및 부의장을 역임하며 평화통일 선도에 앞장서 왔다. 또한 오래전부터 피부과전문의(세종의원 원장)로서 한센병과 에이즈환자에게 편견을 갖지말자는 계몽운동 등 지속적인 의료봉사활동도 전개해 왔다.  

"봉사활동으로 도내에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말한 그는 1976년 병원을 개원한 이후 30여 년 이상 원외 의료봉사를 자비부담으로 수행했다. 1백여 명의 한센병 환자를 찾아 가족처럼 돌봤고, 전염병관리사업에 선도적 역할로 환자 구호에도 힘을 보탰다. 원불교스카우트 운동을 시작한 그는 일찍이 스카우트를 통한 청소년교화와 지역사회 자원봉사활동도 활발히 전개했다. 저술활동도 왕성해 저서가 10여 권이 넘는다. 환자를 진료하는 틈틈이 책을 읽는 한편 자료정리와 저술활동으로 허용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그렇게 차곡히 모인 자료와 역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지난해 숙원이었던 교구역사자료집 〈제주교구 50년의 발자취〉를 집필하는 근간이 됐다. 

김 의장은 "어려웠던 역사를 극복하고 큰 발전을 이루는데 혈성을 다한 분들의 뜻을 모두 전할 수는 없다"고 말한 뒤 "선진님의 가르침과 교도들의 발자취를 찾고 싶었고 후진들에게 자랑스럽게 기억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경산종법사 초청대법회에서 발간봉고 기원문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일구월심 이웃과 교단을 위하는 그의 삶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원기101년 1월 새벽, 빠짐없이 10년 정진 새벽기도를 다니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 생명이 위중할 수 있는 위험한 사고였으나 천우신조로 한 달여 만에 퇴원했고 합병증으로 두 번 더 수술을 받았지만 큰 탈 없이 복귀했다. "사은님의 위력과 기도의 힘으로 화를 면한 것 같다"는 그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참석 못한 것은 아쉽지만 입원하는 동안 〈제주교구 50년의 발자취〉를 탈고할 수 있었다"며 소탈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41년간 운영해온 병원을 모두 정리하고 은퇴했다. 그래도 할 일은 아직 많다고 전한 그는 "이제는 제주 100년, 원불교 150년을 향해 기도해야 할 때"라며 "나부터 새로우면 우리 모두가 새로워진다는 '섬나기정신'을 함께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창간40주년을 맞은 본사 연수에서 "사회현상도 교법정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역량과 메시지를 전해줘야 한다"며 "정신개벽의 방향타로 대중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2018년 1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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