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원불교의 사은과 〈주역〉의 인예의지(仁禮義智)를 직접 대응하면, 천지은은 지(智)·부모은은 인(仁)·동포은은 예(禮)·법률은은 의(義)에 배속된다. 

먼저 천지은과 지(智)을 설명하고자 한다. 지는 원형이정(元亨利貞) 사상(四象)에서 정(貞)이 내면화된 것으로 '곧고 바르니 족히 일을 주관한다'라 하여, 직접 지를 말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일을 주관한다'에서 사(事)가 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주역〉에서는 '변화원리에 통하는 것이 일이고'라 하고, 〈대학〉에서는 '일에는 종시가 있다'고 하여, 사는 일상적인 일과 함께 근원적인 진리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지는 변화의 도를 알아서 신이 하는 바를 알 수 있는 신명성(神明性)과 연계되기 때문에 직접 말하지 않고 사(事)로 대신한 것이다. 지(智)는 화살시(矢=人+大)와 입구(口) 그리고 날일(日)로 사람이 천도(天道, 빛)를 내면에 담고 있는 뜻이고, 일 사(事)는 일(一)과 구(口) 그리고 계(彐)와 궐(亅)로 사람이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의미이다. 

대각 직후 해석된 '중천건괘' 문언의 해석에서는 천지(天地)를 인(仁)에 대응하고, 여기서는 천지은을 지(智)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

'중천건괘'의 해석에서는 귀신(鬼神)이 천지(天地)보다 근원적이기 때문에 인에 천지를 대응한 것이다. 또 천지는 천지부모와 천지신명(天地神明)으로 해석되어, 전자는 인에 후자는 지에 대응되는 것이다. 천지은은 천지신명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와 인은 상호 체용관계이지만 인이 사랑으로 생명력이라면, 지는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내적인 원리(神明性)이기 때문에 지가 근본이 된다.

〈정전〉에서는 천지은(天地恩) 조목에서 '우주의 기틀이 자동적으로 운행하는 것이 천지의 도이고, 도가 작용하여 나타난 것이 천지의 덕이라'고 하여, 천지신명을 천지도덕(天地道德)으로 밝히고, 또 "천지의 도는 지극히 밝은 것이며, 지극히 정성한 것이며, 지극히 공정한 것이며, 순리 자연한 것이며, 광대무량한 것이며, 영원불멸한 것이며, 길흉이 없는 것이며, 응용에 무념한 것이니, 만물은 이대로가 유행되어 대덕이 나타나는 가운데 그 생명을 지속하며 그 형각(形殼)을 보존하나니라"라고 하여, 지극히 밝고 정성스럽고 공정한 것으로 생명을 지속시키는 근원적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또 '천지 보은의 조목'에서는 "천지의 지극히 밝은 도는 체받아서 천만 사리(事理)를 연구하여 걸림 없이 할 것이요""천지의 길흉 없는 도를 체받아서 길한 일을 당할 때에 흉한 일을 발견하고, 흉한 일을 당할 때에 길한 일을 발견하여, 길흉에 끌리지 아니할 것이요"라고 하여, 길흉이 없는 천지의 본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사은의 천지은은 사덕의 지와 일치하고, 천지은에 대한 보은의 핵심적 내용으로 말하고 있는 '응용무념의 도'와 그 의미상에서 상통하는 것이다. 사은 가운데 천지은은 우리가 직접 느끼고 보지 못하는 것도 지의 의미와 서로 통하는 것이다. 

/원광대학교

[2018년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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