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경영원은 국제교류에 주목하지만 동시에 전통문화에서 답을 찾습니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의 경우 한국의 전통사회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 가서 생태도시, 환경도시 사례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원래 한양이 완벽한 생태도시였어요. 옛 한국인의 조상들은 생활 습관으로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음식 먹을 때는 낭비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물며 인분까지 그냥 버리지 않고 반드시 농업에 쓰도록 했습니다. 그것이 저에겐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회복하는 것이 생태도시, 환경도시의 답이라고 생각합니다."(〈프레시안〉 '나는 대학을 그만둡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2018.1.9)

한국 이름이 이만열인 임마누엘 교수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다. 그는 한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6년을 근무하면서, 한국 대학이 시급한 기후변화 등의 환경문제, 동북아시아 평화문제 등을 외면하고, 실천적인 문제에 대한 담론이 없으며, 오직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 쓰기에 매몰되어 있다고 보고,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을 할 수 없다며 실천적인 삶을 살기 위해 대학을 떠났다. 위 글은 대학을 그만두며 그가 남긴 글의 한 대목이다. 

상당히 긴 글이지만 위의 글을 인용한 것은 모든 것을 재활용하고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생태와 환경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임마누엘 교수의 관점이 눈을 끌었기 때문이다.

대종사도 이와 비슷하면서 매우 생태적인 말씀을 한다. '이용하는 법을 알면 천하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나니라'(〈대종경〉 요훈품 35장) 천하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고 보는 바는 임마누엘 교수가 말한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이용하는 법'을 전제로 두었기에 재활용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할 터지만. 

인도품 41장엔 한 가정을 흥하게 하는 방법이 아홉 가지로 제시되어 있는데, 그 중 다섯 번째가 '폐물 이용의 법을 잘 이용'하라는 말씀이다. 요훈품 35장 말씀과도 통하는데, 가정 경제에서도 재활용의 가치를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선언이나 권유만으로 그치지 않으셨다.

대종사는 '조각 종이 한 장과 도막 연필 하나며 소소한 노끈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시고 아껴'썼고, 흔한 물도 까닭 없이 함부로 쓰면 후생에 물 곤란 과보를 받게 된다고 경계했다.(실시품 18장) 또한 '일이 없으실 때에는 앞으로 있을 일의 기틀을 먼저 보시므로 일을 당하여 군색함이 없으시고, 비록 폐물이라도 그 사용할 데를 생각하여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시므로 폐물이 도리어 성한 물건 같이 이용되는 수가 많았'던 것(실시품 19장)은 대종사가 몸소 실천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폐물 이용과 재활용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확고하다. 

대종사는 흘러가는 물도 함부로 쓰게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따로 떠내어 사용하게 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쯤 되면 대종사는 매우 엄격하고 실천적인 생태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3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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