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나세윤] 원광디지털대 원불교학과 신설·기간제 전무출신 입법·원광대 원불교학과 일반학생에게 부전공 허용. 출가교역자의 고유영역으로 알려졌던 원불교학이 일반학생과 교도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추세다. 

167명의 졸업생과 120명이 재학 중인 원디대 원불교학과의 활약은 단연 눈부시다. 더디지만 8명의 출가자를 배출해 낸 기간제 전무출신 제도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정책이다. 

원기98년 8월29일 첫 교육 과정을 시행한 뒤 이듬해 8월22일, 기간제 전무출신 첫 졸업생 3명을 배출했다. 성직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올해부터 '은퇴출가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비하면 탁월한 안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계종 은퇴출가자 지원 연령은 51세 이상   65세 이하로 정해 놓았다. 

하지만 정책입법의 바람과 달리 은퇴교도들의 지원은 손에 꼽힐 정도다. 지난해는 입학생이 없었다. 이성원 기간제 전무출신 선원장(영산선학대 부총장)은 "홍보가 덜 된 측면도 있지만 막상 출가를 하려고 보면 가족과의 문제나 6년, 12년을 봉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것 같다"며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교도라도 일생동안 형성해 놓은 자기 생활권을 벗어나 연고 없는 공가에 헌신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첫 졸업생이자 모스크바교당에서 부부가 3년간 봉직했던 조정우 교무(오덕훈련원)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출가자가 되기 위한 마음먹기가 어렵다는 것이다"며 "나도 공직에 평생 근무했지만 자기를 완전히 놓아 버리고 밑바닥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데 생각처럼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단순히 수양하러 왔다고 입선했다가는 마음만 다칠 수 있어 처절한 각오가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기간제 전무출신 교육기관은 영산선학대로, 교정원 교육부가 지원자 모집과 심사를 담당한다. 1년간 예비교무 교과과정에 준하는 특별교육을 받고, 과정 이수 후에는 특별검정고시를 거쳐 3급 교무자격을 받아 출가식을 갖는다. 

그럼 원디대 원불교학과와는 어떻게 다른가. 교과과정은 비슷해도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완전히 다르다. 예비교무들과 생활하기 때문이다.

새벽 좌선부터, 청소, 수업, 봉공작업, 염불, 일기, 회화 등 실제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원디대 원불교학과는 생활권을 떠나지 않으면서 교당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환경인데 반해, 기간제 전무출신은 인간관계와 지역 환경을 벗어나 공가의 살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가를 더욱 고민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부족한 출가교역자 인력을 감안하면 작은 숨통 하나 뚫어줬다. 어쩌면 '서원자의 특별한 발심, 기간의 유연한 적용, 부부가 함께하는 교화터전 마련, 맞춤형(농촌, 훈련원, 해외 등) 출가자 모집'이 제도 정착의 조건이 될 것 같다.

지원자가 적은 상황에서 기간제 전무출신 제도에 대한 설명회나 홍보활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2018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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