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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음 '바라기들'
하늘마음 '바라기들'
  • 원불교신문
  • 승인 2018.03.22
  • 호수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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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서인숙 교도] 어린이집 출근 후, 아이들을 맞이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아이들의 컨디션과 기분을 살피고, 몸에 혹시 다친 곳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신학기가 되면 항상 교사의 '바라기'가 생긴다. 내가 임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분리가 되어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행동이다. 그런 아이들은 교사에게 꼭 붙어서 교사의 CCTV가 된다. 올해는 만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생겼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교실에서 엉덩이만 뗐다하면 우는 아이가 있었다. 화장실에 갈 때면 "○○아, 선생님 화장실 갔다 올게. 알았지?" 하고 미리 알려야 했다. 하지만 불안한 아이에게는 그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화장실에 갈 때, 밥을 먹을 때, 그리고 놀이활동을 할 때에도 아이는 늘 그림자처럼 나를 따랐다.  

○○이는 교사의 눈을 피해 또래 아이들을 물기도 하고 꼬집기도 했다. 교사의 훈육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훈육은 오히려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어머니의 동의를 얻었다. 꼬집을 때에는 예쁜 장갑을 만들어 장갑을 끼우고, 깨물었을 때에는 마스크를 씌우기로 했다. 몇 번 시도하고 나니 아이의 습관이 달라졌다. 

또 낮잠 자는 시간마다 잠이 오지 않는 아이는 매번 울거나 보챘다. 그러면 주위에 자는 아이들까지 잠에서 깼다.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하다 우연히 다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의 울음소리가 조금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로션으로 다리 마사지해 주니, 아이는 교사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이가 벌써 5살이 되어 배려하는 마음, 리더십 있는 착한 아이로 성장해 5년째 원광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가끔 아이에게 "우리 ○○이는 어렸을 때, 또래를 깨물기도 하고 손톱으로 할퀴기도 하며 자랐단다"라고 말해 주면, 아이는 교사가 알아주는 것이 자랑인 듯 즐거운 모습으로 대답한다. 

거기에는 부모의 역할도 컸다. 만일 부모가 교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다문화가족이니까 차별하는 걸까' 하고 오해와 불신을 했다면 지금의 반듯한 ○○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예뻐해 주고 사랑으로 돌봐준 선생님이더라도 한 해가 마무리되고 새 학기에 다른 교실, 다른 선생님을 만나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새로 적응을 한다. 그래도 섭섭하지 않는 이유는 아이들은 하늘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이집 교사가 되기 17년 전,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 다례를 시작했다. 그 인연으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어린이집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재능기부로 다례도 가르치고 있다. 누군가가 그랬다. 어린이집 교사는 모든 직업의 총 집합이라고. 교육은 물론 서비스업, 사무직, 청소, 예체능 등등 때로는 뚝딱뚝딱 벽에 못 박는 일도 마다않고 해야 하는 직종이다. 하지만 능력이 좀 부족하고 힘들더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경청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신림원광어린이집

[2018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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