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내 3백여 개 사회복지기관… 자력 육성 정책 부족
원불교 사회복지와 사회적 경제, 연계 연구가 나의 과제 

다양한 경험과 원불교 사회복지에 눈뜨게 했던 원광효도마을에서 원기95년 나는 다시 동그라미로 이동했다.

처음 동그라미로 발령 받아서는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됐다. 바로 사회복지학 박사 공부였다. 나는 원불교 사회복지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만 잘하는 것으로 그치기보다는 심도있는 학문 공부를 통해서 그것을 논문이나 글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잘 운영하고 있거나 모범적인 사례와 정보를 정리하고 모델링해 계속해 변화하는 사회복지계의 새로운 복지 모델을 만들거나 제시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소태산 대종사가 사회복지(자선)를 3대사업으로 표방한 이유와 본의를 현장에 잘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러한 다짐으로 첫해 공부를 시작하게 됐지만,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동그라미플러스 대표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돼 그 대표직을 맡게 됐다.

동그라미플러스는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복지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기관은 정부 등으로부터 대부분 보조를 받아 운영되지만, 동그라미플러스는 기관운영비와 직원 인건비 외에는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일반 사회복지 기관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들에게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동그라미플러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는 그러하지 못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한만큼 급여를 주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위해서 목공예품과 육포를 생산한다. 목공예품은 수공품으로 기념품센터에 서각을 납품하거나 현판을 만들고,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목공체험 운영, 펜시우드, 우드펜 등을 주로 한다. 지금은 원광대학교 익산한방병원과 MOU를 체결해 연계고용 형태로 '원목 공진단케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육포는 현재 생협, 아름다운가게, 꽃피는 아침마을 등에 납품 및 판매를 하고 있다. 

동그라미플러스에서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4년간(원기99년~102년) 종법사 신년법문을 제작했던 것, 육포를 홈쇼핑에 방송해서 3번(원기99년, 100년, 102년) 모두 매진시킨 것, 근로장애인들과 순수 자부담으로 매년 해외연수 다녀온 것(원기101년, 102년), 각종 박람회 및 행사 때 판매행사 했던 것들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생산하고 직원들과 판매해 그들의 월급을 주고,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가는 등 자생적 노력 덕에 언제부턴가 지역사회에서 동그라미플러스는 사회복지기관을 넘어서 사회적기업으로 불리게 됐다. 

동그라미플러스에서 나를 공부하게 한 것은 판매를 통한 '나를 놓고, 나를 비우는 공부'였다. 나를 낮추지 않고 물건을 팔 수 없었고, 나를 비우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천원짜리 하나 사가는 꼬마아이도 곧 큰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재가교도들은 이러한 판매 등의 사업을 통해서 돈을 벌고 교단을 위해 희사를 한다. 재가교도들도 하는 일을 출가교도인 내가 더 못하면 되겠냐면서 분발심을 낸 적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금 느끼기도 했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아마도 SK행복나래 관련 라벨을 잘 못 부친 일이 아닌가 한다. 회사 CI를 잘못 붙여서 당시 대표 앞에서 사죄하고 꾸중듣고, 서울까지 가서 배달하는 택배를 잡아서 라벨을 교체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큰 공부한 날이었다.

올해로 사회복지현장에 나온지 16년째다. 사회복지현장에 있다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급변하는 사회복지현장에 발맞춘 교단 사회복지정책제시, 300여 개의 사회복지기관이 있는데 아직까지 원불교사회복지를 알리거나 공부할 교재가 없다는 것, 초창기 저축조합이나 방언공사 등 사회적경제에 관한 연구 부족, 원불교사회적경제지원센터나 협의회 부재, 교단의 자력적 사회복지 육성이 그것이다. 

올해 2월 나는 현장에서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원불교 사회복지와 사회적 경제를 위해 이러한 과제들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한다.

/원불교사상연구원

[2018년 4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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