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훈련은 무엇인가. 문득, 겨우내 엄동설한을 견딘 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한 생각이 든다. 꽃망울이 훈련에 입문하는 것이라면, 꽃은 훈련으로 자신의 불성을 발아시키는 것이며, 꽃이 지고 맺은 열매는 부처의 언행으로 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훈련은 이처럼 우주의 한 티끌에 불과할 것 같은 우리자신을 무한한 권능을 가진 부처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불법연구회는 훈련과 함께 출발했다. 원기9년(1924) 만덕산 초선이 첫 훈련이며,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을 발표한 원기10년(1925)부터 소태산 대종사의 열반의 해인 원기28년(1943)까지 정기훈련인 동·하선을 35회 개최했다. 

동선은 5월6일 결제, 8월6일 해제, 하선은  11월6일 결제, 2월6일 해제했다. 무려 반년에 걸친 이 전문입선공부 속에서 소태산의 많은 수행법문이 나왔으며, 교단의 인재를 길러내고 훗날 원불교 교육의 기틀을 세웠다. 훈련결사로써 현대종교의 면모를 확립한 것이다.  

훈련은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수많은 종교가 이 세계의 변화를 주장하지만, 자신 변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공수표에 불과하다. 소태산은 이 점을 강조했다.

밥이 피가 되고 살이 되듯, 우리 삶이 정의가 되고 진리가 되기 위해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을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개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삶으로 이 땅을 불국낙원으로 개조하기 위함이다. 그 핵심은 일원상의 진리를 삼학공부의 훈련으로써 자기화, 세계화하는 전략에 있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말하듯 인간은 이 세계에 던져진 존재다. 따라서 주체적인 삶을 위해서는 고독한 결단이 필요하다.

인간 내면의 자율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결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농경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이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지식사회에서 인간은 늘 새로워져야 하는 도전을 받고 있다. 과학과 자본이 독주하는 이 시대, 진정으로 물질과 정신의 개벽이 조화와 중용을 이뤄야만 하는 세계를 맞이한 것이다. 훈련은 미망(迷妄) 속의 인간과 세계를 밝은 빛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훈련은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나무를 깨우듯이 우리 자신을 흔들어 깨워 실존의 자신을 대면하게 만들고, 그 실존이 존재로서의 가치를 찾아가게 하는 길이다.

영화 '매트릭스'와 '투르먼쇼'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기계적 운명에 속한 존재들의 세상인 '매트릭스'에서는 깨우침을 위해, 영원한 천국을 상징하는 시온의 전사들이 제시하는 파란 약과 빨간 약을 선택하게 되는데, 전자는 매트릭스 안의 삶에 만족하게 하는 것이고, 후자는 가상의 현실에서 깨어나게 한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거대한 세트장에 던져진 한 인간의 삶을 일거수일투족 중계하며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투르먼쇼'에서는 기획되고 조작된 삶을 깨달은 주인공이 마침내 그 허상의 공간을 박차고 나오게 된다. 

훈련은 이처럼 자신의 구속된 운명을 알아차리게 하며, 그 운명의 인큐베이터에서 실제로 탈출하게 한다. 이제 기계에 의해 주도되는 AI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유전적 운명에서 빵이냐 자유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먼저 자아를 왜소하게 하는 모든 운명의 영양공급선을 끊기 위해서라도 훈련을 받아들여야 하리라.

/원광대학교

[2018년 4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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