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혜원 교도] 얼마 전 일이었다.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법회가 이뤄지는 행아웃 교화단에서 만났던 어느 청년교도를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됐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인 그는 해외에 거주해 살고 있던 터라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는 아이들로 흘러갔는데 그 가운데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유튜브 동영상을 따라 노래를 부르는 것을 봤는데, 알고보니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어가 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중국어뿐만 아니라 태국어, 영어 등 외국어를 잘 따라 부른다고 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언어를 순수하게 소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마치 어른이 모국어를 완전히 습득한 현상과 비슷한 것 같다. 자신의 종교가 생긴 이후에는 사회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 때, 모국어를 통해 외국어를 받아들이려는 어른들처럼 말이다.

한달 전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에서 연륜이 높은 분이 회식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없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정답이고, 두 번째는 공짜이고, 마지막은 비밀이 없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짧은 이야기지만 인상 깊게 새겨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답이 없다는 말은 공적영지로, 공짜가 없다는 말은 인과로, 비밀이 없다는 말은 시방삼계가 장중의 한 구슬같이 드러난다"는 말로 해석하는 우리를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원불교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한국말이지만 우리가 믿는 종교 언어로 해석해내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많은 세상의 정보를 원불교 언어로 바꿔 받아들이고 있었구나' 라고 느꼈다.

어떤 것을 내가 알고 있는 틀로 바꿔 기억한다는 것은 편리한 점도 있다. 반면 본래 갖고 있었던 고유의 느낌을 잃어버리거나, 이것이 습관적으로 변하면 고정관념처럼 자리잡을  수 있다. 원불교를 통해 세상 사물과 다양한 상식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라는 큰 경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또하나의 분별과 껍데기를  덧씌우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원불교를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원불교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이들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을 얕잡아 볼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다. 또 잘 살아보기 위해 저마다 가슴속에 어떠한 물음들을 지니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 길을 찾기 위해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 체험도 하며, 종교를 갖기도 한다. 결국 진리를 찾아 다니는 우리는 모두 지구별에 놀러온 여행자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없는 존재임을 되돌아본다.

모국어를 습득한 어른이 다른 외국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은 외국어를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충분히 젖어드는 것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며 그 존재 자체로 존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행아웃교화단·노은교당

[2018년 5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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