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지음 / 원불교출판사·값13,000원

[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아픔·상실·슬픔 그리고 마지막이기에 느낄 수 있는 절대적인 감사와 참회의 순간. 고 이정선 교무가 표현한 삶과 죽음의 순간이다.

선타원 이정선 교무의 유고집 〈하늘 길 배웅하는 길목에서〉는 호스피스에 관심을 둔 도반과 환자를 돌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저자의 소박한 바람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성직의 길이 무엇인지도,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홀연히 인연에 끌려 출가했던 이정선 교무는 동산선원에 입학해 향산 안이정 선원장으로부터 "환자가 있으니 가서 주사를 놓아주라"는 것을 시작으로 환자 돌보는 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원병원 원장을 역임하며 일생을 호스피스 사업에 전념해온 그는 원기89년 말기 암을 진단받고 석 달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 이후 삶의 벼랑 끝에서 두 번의 고비를 넘겼고, 올해 1월 열반하기 전까지 틈틈이 적어온 글과 흩어져 있던 글들을 한 데 모아 책으로 남겼다. 

제1장 '그리움의 노래'는 스승님, 생사, 성리의 소식을 시로 표현했으며, 제2장 '깨달음을 찾아서'는 의두성리에 대해 연마한 내용이다. 제3장 '스승님 모신 행운'은 대산종사를 모신 간병일기이고, 제4장 '함께 가는 길'은 호스피스 일을 하면서 느낀 감각감상이다. 제5장 '원불교 호스피스의 역사'는 호스피스의 창립과 활동과정을 정리한 것으로 원불교 호스피스의 맥이 굽이굽이 이어지길 바라는 저자의 염원이 담겼다. 

이 교무는 "참으로 많은 분들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덧없는 세월을 돌아보며 강물처럼 흐르는 애틋한 그리움이 눈물 속에 아롱지며 하늘 저쪽 허공으로 날아오른다"며 "소중한 만남이고 아름다운 이별을 몸으로 느끼며 깨달아 알게 됐으니 이만하면 나는 행복한 전무출신이었다고 스스로 다독여본다"고 말했다. 

근면성실 의료분야에서 한마음으로 절대약자를 위해 희생·봉사해 온 이정선 교무의 〈하늘 길 배웅하는 길목에서〉에서는 소중한 만남과 아름다운 이별을 느낄 수 있다. 

[2018년 5월 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