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황영진 교도] 대종사는 백년 전에, 물질문명의 개벽을 예견하고 정신을 개벽하자고 외쳤다. 그때는 호미나 쟁기같은 농기구밖에 없는 시대였다. 바닷가 산골 마을 영광지역은 더욱 그랬다. 어떻게 오늘 같은 세상이 올 것을 알고 그런 말씀을 했나. 그 시대에 그 궁벽한 촌에서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을까.

핵폭탄이 나타난 것도 1945년 일본 패망될 때였으니 대종사는 핵을 알았을리도 없다. 물질문명이 극점에 달해 인간을 놀라게 한 것은 핸드폰이다. 핸드폰은 인간 생활을 극도로 편하게 해주지만 그 편리함이 거꾸로 인간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핸드폰의 종살이를 하는 꼴이 됐다.

12살 먹은 내 손자 녀석은 핸드폰 놀이에 빠져 중독증세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가정의 어린이들이 다 같은 형편이다. 학교에서는 수업시작하기 전에 핸드폰을 압수한다. 끝난 뒤에 되돌려 준다. 어른들도 핸드폰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낄 정도로 의존증이 커졌다. 오늘날 전철 속은 남녀노소 모두 핸드폰에 코를 박고 있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던 신문 보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앞에 앉은 사람과 카톡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이 외식을 해도 가족 사이에 핸드폰이 끼어들어 시종 침묵하는 광경도 있다. 핸드폰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신(神)으로 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 컴퓨터가 이세돌 바둑천재를 이긴데 이어 세계의 바둑왕들을 연달아 제패한 사건들은 이제 인간은 끝났다는 무력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인류멸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확산된 핵무기는 한 하늘을 이고 있는 북한까지 밀려와 한민족 공멸을 심각하게 걱정하게 됐다. 핵과 관련해 우리 원불교는 무엇을 했나?  

핵을 막는 기계를 설치한다고 항의해 이전투구를 하지 않았나. 사드 이야기다. 평화를 위해서라는 큰 명분이 있으나 사드가 없으면 공격무기인 핵 폭탄이 없어지나. 사드라는 예민한 정치문제로 원불교가 정치소요의 중심에 서는 것은 우리 교법 정신에 맞는가? 

정치는 서북풍, 종교는 동남풍, 정치와 종교는 수레의 두 바퀴 피폐한 정신세계를 구원해 보자는 움직임은 엉뚱하게 미국에서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다. 명상산업이라는 이름이다. 미국의 얘기지만 명상센터가 각 기관 학교마다 성업중이고 명상관련 모바일 앱이 미래산업으로 등장했다.

메사츄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학생 시도시 비자이 씨는 학교 명상센터에 6백달러를 주고 간신히 등록했는데 일주일의 수련기간 동안 휴대폰 시계 금지, 침묵하기 등 단절의 시간을 수련한 뒤 휴식의 참맛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때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보다는 스트레스와  공생(共生)하는 법을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명상산업, 미국의 학교와 기관마다 성업 중
우리는 위대한 성현 모셨지만 지금까지 무얼했나

모바일의 명상 앱도 1300개나 출시됐다. 헤드스페이스(head space), 캄(Calm), 심플 해빗(simple habit)  등이 대표적인 앱. 미국에서는 명상산업으로 지난해 12억달러(1조2천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매년 11%씩 증가하고 있다. 대종사의 나라가 아닌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 위대한 성현을 모시고 그 어른의 뜻을 세상에 실현하기 위해 모인 원불교는 그동안 무엇을 해 왔나.

대종사가 100년 전에 준 보검을 선반에 모셔둔 채 딴 짓들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정신은 경전 속에, 플래카드 속에 가둬 둔 채 세월만 보낸 것이 아닐까 반성해야 한다. 반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떨쳐 일어나 가열찬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대종사가 '정신을 개벽하자' 했으니 무엇을 대상으로 정신을 어떻게 개벽할 것인가 구체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집을 짓고 사람을 모아야 한다. 총부에 '정신개벽 행동본부'라도 새로 만들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목표사업 발굴, 이를 추진할 두뇌집단 구성 등 구체적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건물짓기에만 매달려 곳곳에서 돈을 거두는 일에만 전념해서는 원불교는 머지않아 안락사할지도 모른다.

인류역사 이래 최고의 성현 대종사에게 부끄럽다. 정신개벽을 위해 우리 모두 정신개벽을 하자. 정신개벽을 하면 교도는 자연히 찾아 온다.

/오정교당

[2018년 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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