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도청소년수련원

원불교환경연대와 퍼머컬쳐학교가 봉도청소년수련원 기도터 아래 둥근숲밭을 만들고 야외 음악회를 열었다.
둥근숲밭에 다년생 약초, 허브, 유실수 등을 심었다.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사람은 자기다움이 있어야 하고, '그곳'에는 그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십년 만에 찾은 그곳은 성현의 기도와 숲과 사람이 어울려 누구나 찾고 싶은 '명소'가 됐다. 원기25년 소태산 대종사가 직접 찾아 "이곳은 장차 수도도량이 될 만한 곳이다"고 점지했던 곳, 서울 우이동 봉도청소년수련원(이하 봉도수련원)이 도심 속 마음수련과 숲 명상치유센터로 자리매김 중이다. 

깨어나는 숲 명상
초여름, 유월의 한낮에 찾은 봉도수련원은 풀잎을 엮어 머리띠를 얹은 사람들이 호미와 삽을 들고 각종 허브와 약초, 유실수를 심어 둥근숲밭을 만들었다. 퍼머컬쳐학교를 운영하는 소란(유희정 교도)의 기획으로 원불교환경연대와 봉도수련원이 합심해 만다라를 형상화한 작은 숲밭을 수련원 한 귀퉁이에 조성한 것이다.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는데 드디어 이곳에서 뜻을 이뤘다"는 소란. 다년간 퍼머컬쳐학교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일찍이 대종사의 사은사상을 알아보고 교단 내 훈련원이나 잠자고 있는 땅을 생태와 치유 공간으로 만들기를 염원해 왔다. 하지만 쉽사리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다가 올해 김관진 봉도수련원장과의 인연으로 첫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봉도수련원은 서울 도심과 가까운 북한산 동쪽 기슭에 자리를 잡은 데다 지난해 9월 개통된 우이경전철로 교통의 편리성까지 담보해, 도심 속 숲 명상센터로 자리잡게 됐다. 또한 북한산 등산로와 차로를 분리하기 위해 도로확장공사도 진행 중이고, 수련원 인근에 가족캠프장이 들어와 일반인 접근성도 용이해졌다. 

소란은 "우리 훈련원들도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으면 한다. 명상을 좇는 사람들이 이제는 자연치유를 원하고 있다"며 "만다라 숲밭은 일원상 또는 사은을 뜻한다. 각각의 식물이 스스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자연을 통해 심신을 치유하고 자연스럽게 교리를 배워가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봉도수련원에서 좋은 모델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내친김에 김 원장은 하반기에 둥근숲밭 가을음악회도 구상 중이다. "수련원의 은행나무, 단풍나무는 그 빛깔이 너무 곱다. 감사보은의 마음으로 음악회를 열어 지역민 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마인드가 숲을 깨우고 훈련원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었다.

작은 변화, 교화로 이어져
봉도수련원은 힐링센터와 마음공부, 선명상이라는 세 가지 비전을 향해 하나씩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작업이 훈련원 보수공사였다는 김 원장. 지난해 부임 후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는 그는 "20년 이상 쓴 것들은 전부 교체했다. 내부 시설이 깨끗해야 한 번 온 손님이 두 번 오고, 주위에 입소문을 낸다"는 신념이 있었다. 제일 먼저 이중창과 커튼, 이불을 교체했다. 그리고 법당 내벽과 복도, 지하식당을 밝은 톤으로 탈바꿈했다. 어려운 훈련원 살림에 적잖은 예산이 들었지만 오가는 선객들마다 만족도가 높으니 보람 또한 크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도 시설이 낙후되면 사람들을 끌어올 수가 없다. 교단 훈련원 시설들이 중이하인 것은 제고해 봐야 한다"고 뼈아픈 소리도 냈다. 시설뿐 아니라 그는 선객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주방장을 입교시켜 직원으로 발탁하고, 봉도수련원 앞 '대추나무집' 식당 주인도 입교시켜 직원, 봉사자들까지 월초기도에 동참하니 이쯤 되면 교화지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교단 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 올해 초 예약된 교도정기훈련만 20건이 넘었다.

지난번 다녀간 퍼머컬쳐 청년들도 도심 속 숙박 가능한 시설을 만나 '매우 만족'한 심경을 드러내며, 숲·생태·춤·음악 명상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숲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코스도 마련돼 있다.
봉도청소년수련원은 지난 6월 소태산 대종사 성적비를 반듯하게 옮겨 세우고 기도터를 넓게 조성했다.

대종사 성적비, 기도터 조성
이처럼 봉도수련원이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 있는 데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구성원들의 노력 뒤에 숨겨진 '그 무엇'이 있었다. 이를 김 원장은 소태산 대종사 성적비가 있는 '기도터'라고 말했다. 그는 "기도터는 수련원의 얼굴이다. 이곳이 잘 보존돼야 누구든지 와서 기도하고 대종사의 발자취와 염원을 느낄 수 있다"며 그동안 숲에 가려져 있던 성적비를 밖으로 드러내고 기도터를 반듯하게 닦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 도운회의 도움과 천일기도의 염원으로 기도터가 우연자연하게 조성됐다. 주변에 꽃이 피고 유실수 열매가 열리면 자연 그대로 치유와 명상 공간으로, 야단법석으로 되살아날 것이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 외에도 봉도수련원 숲에는 등산객이나 일반인들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해먹이 설치돼 있다. 앞으로는 중간중간에 법문도 걸고, 야외도서관과 카페 등 휴식문화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따로 또 같이, 전문성 키우기
여느 훈련(수련)기관이나 마찬가지로 봉도수련원도 인력난이 가장 큰 문제다. 김 원장은 "지난해 봉사단을 10명 확보하려고 했는데 3명밖에 못 구했다. 3명의 봉사자가 주말 훈련을 앞두고 금요일마다 청소봉사를 해준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훈련요원 전문성 양성에 대해 일갈했다. 

봉도수련원은 3명의 교무가 각자의 전문성을 갖춰 교도정기훈련 요원으로 뛰고 있다. 김관진 원장은 정전강의, 최형철 교무는 단전주선과 여래봉·약손요법, 서혜전 교무는 감사염불과 정전봉독을 맡고 있다. 서 교무는 춤 명상지도사로 활동하기 위해 현재 매주 1회 세종시에서 수업을 받는 중이다. 교도정기훈련 외에도 상시로 시설위탁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봉도수련원은 매월 셋째 주 금·토요일은 단전주선이 열리고, 봄·가을에는 정전마음공부가 진행된다.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훈련원 상황이지만 김 원장은 개인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훈련요원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삼았다. 때문에 빈곳을 찾아 손 넣어주는 일, 시설관리는 그의 몫이다. 윗사람이 솔선수범해야 전체가 편안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단전주선에 매진 중인 최 교무는 "모든 것이 밝은 시대가 됐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언어이해를 넘어 스스로 체득할 수 있는 훈련을 찾아다닌다. 그것이 대종사의 훈련법이고 단전주선이다"면서 "단전주선이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려면 마음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몸이 열려야 한다. 전신의 힘을 단전에 툭 부릴 줄 알아야 선이 시작된다. 그것이 우리가 간과해 왔던 좌선의 방법 1조다. 요가, 헬스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단전주선에 빠르게 들어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봉도청소년수련원은 소태산 대종사의 유지를 받든 종로교당 봉산 신원관·도타원 전은덕 교도의 부지희사로 시작돼, 원기84년 6월14일 개원봉불 했다. 

원기84년 6월14일 개원봉불한 봉도청소년수련원.

[2018년 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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