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대종사 대각 초기에 지어진 '경축가'는 '일원대원(一圓大圓)'과 '사중보은(四重報恩, 천지은덕, 부모은덕, 세계은덕, 법률은덕)' 등 일원상과 사은의 진리를 담고 있다. 또 '경축가'는 9인 선진이 기도드리며 심공(心功)할 때 많이 외우던 가사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종사 가사집〉 두 번째로 '경축가'를 〈주역〉으로 만나보고자 한다. 

"세계 조판(肇判) 이 가운데, 제일 주장 누구신가, 만물지중 사람이라, 사람마다 주장인가, 사람이라 하고보면, 위로 보니 보은이요, 알로 보니 배은이라,"

'세계 조판 이 가운데, 제일 주장 누구신가, 만물지중(萬物之中) 사람이라'는 천지(天地) 사이에 있는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중요한 존재임을 노래한 것이다.

〈서경(書經)〉에서는 "오직 천지는 만물의 부모이고, 오직 사람은 만물의 영혼이니.(유천지만물지부모, 유인만물지령·惟天地萬物之父母, 惟人萬物之靈)"라고 하여, 사람은 만물 가운데 신령스러운 존재라고 했다. 사람은 만물에 속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사람은 영혼을 가진 만물의 어른(지도자)이라는 뜻이다. 

〈주역〉에서는 천도(天道)·지도(地道)·인도(人道)의 삼재지도(三才之道)를 논해, 사람을 천지와 같은 입장에 두고 있다. 이 삼재지도는 서로 체용의 관계로 천도가 본체가 되면 지도(인도 포함)가 작용이 되고, 지도가 본체가 되면 인도가 작용이 되기 때문에 삼재지도는 인도로 집약되게 된다. 또 천지는 사람의 몸과 마음으로 드러나, 천도(○)에 짝하는 마음(心)과 지도(□)에 짝하는 몸으로 풀어진다. 

이어서 '사람마다 주장인가, 사람이라 하고 보면'은 천지를 대표하는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사람다운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다음 '위로 보니 보은이요, 알로 보니 배은이라'는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은혜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상하와 은혜를 만나보면, 〈주역〉에서는 "성인이 지음에 만물이 드러나니, 하늘에 근본을 둔 사람은 위와 친하고 땅에 근본을 둔 사람은 아래와 친하니, 즉 각각 그 무리를 따르는 것이다"라고 해, 성인에 의해 만물의 의미가 드러나고, 만물 가운데 사람은 하늘에 근본을 둔 사람과 땅에 근본을 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했다. 즉, 하늘에 근본을 두고 하늘의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사는 군자(보살)와 땅에 근본을 두고 세상의 욕심으로 은혜에 배반하는 삶을 사는 소인(중생)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또 〈주역〉에서는 "은혜의 마음에는 믿음이 있는 것이라, 묻지 않아도 근원적으로 길한 것이니, 믿음이 있어서 나의 덕을 은혜롭게 하는 것이다"라고 해, 은혜가 자신의 삶을 근원적으로 길하게 하는 것이라 했다. 

즉, 은혜의 마음에는 믿음이 있어서 성인의 말씀에 대한 의문이 없어지고, 또 자신의 덕을 은혜롭게 할 때 진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원광대학교

[2018년 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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