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3박 계열은
사람의 호흡과 같아
여유롭고 정감이 간다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기록적인 더위가 이제 조금씩 물러가고 있다.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 나에게도 올여름은 유달리 더웠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더위를 해소할 방법을 찾았고 힘들게 여름을 지나왔다. 더위에 허덕이고 있던 나는 이 더위의 정점을 찍은 8월 첫 주에 국립국악원에서 5일간 국악연수를 들을 수 있었다. 

오전에는 국립국악원 단원들의 연주를 들으며 악기에 대해 알아보고 오후에는 내가 선택한 악기인 소금을 직접 배워 연주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국악을 듣고 깊이 있게 배우며 더위를 조금씩 잊을 수 있는 경험을 했다.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며 나부끼는 등 자연의 소리에 가장 가까운 음악이 우리의 국악기로 연주하는 국악이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악기 장인인 연주자들의 연주를 직접 가까이에서 들으니 절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며 몸과 마음이 시원해졌다. 

나는 서양음악을 전공해 국악은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연수를 통해 국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고, 왜 국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시원해지기까지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봤다. 아직 그 고민에 대한 결론을 정확하게 얻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 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서양음악은 주로 2박자 계열이 많다. 이것은 사람의 심장박동에서 온 박자이기 때문에 뭔가 박자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정확함을 요구하는 느낌이다. 멈추어 기다리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박자인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국악은 주로 3박 계열이 많다. 이것은 사람의 호흡에서 온 박자이기에 여유가 있다. 하나둘셋 둘둘셋 하며 들숨과 날숨을 반복해 쉬어보면 국악의 3박이 쉽게 느껴진다. 이처럼 사람의 호흡에 의지하는 박자여서 여유가 있고 정감이 가는 박자이다. 

그리고 서양음악은 주로 화음을 쌓아 만든 수직의 음악이다. 여러 악기가 서로 다른 음을 소리 내어 화음을 이루고 이 화음들이 연결되어 화성을 만들어 음악이 진행 된다. 그래서 코드라는 것이 생겨나고 가장 저음에서 울리는 베이스가 기초가 되어 음악이 발전하고 규모가 확대된다. 

이에 반해 국악은 시김새라고 하는 음을 꾸며주는 여러 가지 기법으로 음악을 발전시키고 채워가는 수평의 음악이다. 음 하나를 그냥 내는 것이 아니라 떨어주는 농음이 대표적이다. 거의 모든 국악에 농음이 있는데 이는 하나의 음을 더욱 귀 기울여 듣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외에도 꺾는 음이나 음 주위의 음들을 거치고 본 음으로 돌아오는 여러 가지 시김새들이 국악에서 음악을 채워나가는 중요한 요소들이고 수평적으로 제시됨으로 청중은 주요 음을 더욱 집중하여 듣게 된다. 

또한 국악기는 거의 자연의 소재를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연주자들이 악기를 자신의 것으로 길들여가는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비로소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국악을 들으면 시원한 숲속이나 계곡,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옛 선조들이 산세가 수려한 곳이나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우리의 음악을 즐기며 풍류를 즐겼으리라 짐작해 본다. 

내가 집중적으로 배웠던 소금은 대금, 중금과 함께 삼죽이라 불리는 대나무로 만든 가로로 부는 악기 중 가장 작은 악기이다. 소리가 고음이어서 산새가 노래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 부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냥 단순하게 본다면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 연주하는 악기인데 전문 연주자의 소리는 정말 너무나 다양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국악적인 느낌을 살린 연주를 결국은 해보지 못하고 연수가 끝났지만 국악기와 함께 한 5일간 확실히 몸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 음악의 우수함과 아름다움을 나를 비롯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즐겨주길 바라며 여름은 더더욱 국악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임을 몸소 체험했다.

/강북교당

[2018년 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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