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환경연대와 함께한 행복한 7일
'좋은 어른'을 만난 기쁨, 한국의 친절함 느껴

[원불교신문=미토 기요코] '후쿠시마 청소년 국제교류'를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8월15일, 방한 하루 전 호텔에서 1박을 하며 사전 모임 후 한국에 갔다. 대학생 2명, 고교생 3명, 중학생 3명으로 8명 참가인데, 이 중 4명은 후쿠시마현 바깥 피난자다. 신나게 놀고 한국 청소년과 친구 되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참가자는 시마네부터 후쿠시마까지 멀리 떨어져 있어 5월부터 월 1회 통신문으로 자기소개와 한국 의식, 문화, 역사를 배워 당일에 대비했다.

느긋한 한국 측과 세세하게 일정을 충실히 집어넣고 싶어하는 일본인 기질의 차이로 애가 타기도 했다. 동세대끼리 교류하는 기회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즐거운 시간과 공간 실현을 바란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친한 사이이기에 멋대로 되묻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일부러 '후쿠시마'를 말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활기차게 밝은 그들 존재 자체가 지금의 후쿠시마다. 이 모습을 봐주길 바랐다. 그래도 먹이고 재워주는 은혜가 있으니, 묻거든 얘기해도 좋겠다 싶거든 자기 얘기를 해주라고도 했다. 서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역시 돌직구 질문이 나왔지만, 뭐 그 즈음이 되어서는 두터운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에 아이들도 편해져서 동요되지 않았다. 

공항에 내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야 놀자'라는 슬로건과 바다와 산에서 8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는 풍경을 그린 노란 바탕의 신선한 펼침막이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펼침막은 지금 생각해봐도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빨간 대형버스로 4시간 걸려 삼척에 갔다. 바다가 깨끗하고 해산물이 풍부한 천혜의 자연으로 로케지로도 유명한 곳. 마치 친척 아이를 맞이하듯 고개를 빼고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삼척에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지으려 했지만 매번 단호하게 막아왔다. 삼척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원전백지화기념탑'이 있는 공원이었다. 주민의 자랑. 나는 벌써 네 번째 왔다. 어려운 싸움을 거듭해온 사람들이기에 더욱 후쿠시마 아픔에 다가가려는 마음이 강한 것이리라. 의의 깊은 한국에서의 첫날 저물기 시작한 공원에서 기념식수와 제막식을 했다. 돌에는 한일 양국어로 '생명의 호흡, 평화의 날개'라는 제목으로 '일본반핵평화활동가 미토 기요코씨와 후쿠시마 청소년들은 여기를 방문하여 탈핵반전평화의 마음을 담아 식수한다'고 새겨 있었다.

첫날부터 시장이 초대한 저녁, 민박집 마당에서 상영회, 현지 청년의 연주에 이어 일본어가 능숙한 한국 대학생도 함께 묵어 얘기소리와 웃음소리는 심야까지 이어졌다. 

경치 좋은 바다에서 보트 타기, 아름다운 해안선 따라 페달을 밟는 레일바이크, 동양최대규모라 불리는 광대한 동굴 걷기 등, 늘 몇 명의 한국 청년과 함께 한국어 일본어를 주고받았다. 서울에서는 대안학교를 찾아 교류하고 긴 행렬이 늘어선 남산타워, 그룹을 나누어 다니는 자유행동 등 공항을 떠날 때까지 한국 친구들이 언제나 함께 했다. 서울시장과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속박과 얽힘이 없는 자유로운 공간에 몸을 둔 7일간. 후쿠시마 기준이 아닌, 세계 기준 속에서 한국 청년과 우정을 나누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견해, 느끼는 법을 만나, 호흡이 편해졌으리라. 마지막 밤 돌아보기 시간에는 '첫 해외여서 긴장했지만 지금은 정말로 즐겁다. 어떻게 한국 사람은 이토록 친절한가?' '이대로 계속 여기 있고 싶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한국어를 더 제대로 공부하겠다!' '한국 역사책을 읽겠다'며 모두 각자의 소득을 거침없이 반복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초래된 짐을 지고 살아갈 그들에게 일본은, 정치를 비롯해 결코 친절한 환경이라 할 수 없다. 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친절함을 한국 사람들이 행동으로 보여줬다. 어른 중에도 '좋은 사람'은 세상 다른 곳에도 있음에 틀림없다.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뎌 보자! 혹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한국 친구와 준비해온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기쁜 일은 없겠다. '세상의 청년과 함께 씩씩하게 힘차게 살아가자!' 핵발전소를 용납해온 우리 세대 역할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일본 탈핵운동가

[2018년 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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