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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선 청년들의 축제 젠페스트
경계를 넘어선 청년들의 축제 젠페스트
  • 홍석원 교도
  • 승인 2018.09.11
  • 호수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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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콜라레 운동에서 시작된 젠페스트, 원불교 지향점과 흡사
6년마다 개최, 세계 20~30대 모여 문화 다양성 체험

[원불교신문=홍석원 교도] 원불교의 원(圓)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는 통합과 화합의 뜻도 담겨있다. 인류는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불심을 통해, 또 구도심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각 종교에서 전하고자 하는 진리도 한 데로 통한다는 것이 대종사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 국경과 문화, 경제, 인종, 성별의 경계 등이 존재한다.  

젠페스트는 이러한 경계들을 넘어 하나가 되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한 이벤트다. 원불교식으로 말하면 일원세계를 건설할 뜻이 있는 2, 30대를 비롯, 10대 청소년들까지 모여 워크숍과 강연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흥겹게 즐기기도 하는 자리다.

젠페스트의 '젠'은 세대를 뜻하는 Generation의 앞부분을 딴 것이고 주로 20대를 지칭한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된 축을 이루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성과 정(情)으로 넘치는 뜨거운 용광로를 체험하는 자리라 할 수 있겠다. 'Beyond all borders'라는 제목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경계들, 또 나의 국을 넓히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내 안의 경계를 조금이라도 부수자는 것이 이번 축제의 슬로건이었다. 

젠페스트는 6년 마다 열리는데 2012년에는 헝가리에서, 올해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됐다. 마닐라에 도착해보니 이미 브라질, 콩고, 미국, 필리핀 현지 등 전 세계에서 온 청년들이 모여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젠페스트가 천주교 내 운동인 포콜라레 운동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포콜라레는 마리아사업회라는 이름으로 사제 없이 평신도들로 이뤄진 단체인데 그들이 꿈꾸는 세상과 그들이 따르는 진리가 원불교의 낙원세계, 일원세계와 매우 흡사해 놀랐다. 

원불교인으로서 타종교 행사에 참여한 적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꾸준히 신념을 갖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이 내가 종교가 다르다는 점에 개의치 않고 뜻을 함께 하는 일행으로서 받아주어 감사한 마음이 컸다. 처음에는 나보고 포콜라레 운동을 하냐고 묻다가도 내가 원불교에서 왔다고 하니 원불교와 불교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원불교의 전반적인 교리에 호기심을 갖는 모습도 보여줬다.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는 매일 밤 세계 각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공연을 했다. 공연을 보거나 돌아다니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기에 언제든지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사진도 찍자고 제안하고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물어보았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더라면 서로 말도 걸기 어려웠겠지만 이렇게 경계 없음을 지향하는 자리에서 만나니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프랑스 친구들과 짧은 불어실력으로 대화도 나눌 수 있었고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홍콩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일정 둘째 날에 Politics for Unity라는 주제의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남북통일과 관련된 문제가 나왔다. 어떻게 보면 휴전선이야말로 가장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형태의 경계이므로 남북통일을 논하지 않고는 경계를 넘어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국의 일이 아님에도 최근에 계속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때문에 관심이 생겼는지 많은 세계 청년들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결론은 더 이상 압박이나 일방적인 통제를 통해 국제관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열렸던 여러 차례의 회담은 냉전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는 변환점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안이었다.     

지금도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지 못해 부모와 떨어져야만 하는 아이들, 또 성차별 경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 등 많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존재하며 나 또한 내가 가진 편견과 아만심으로 인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종종 깨닫는다. 이번 행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그런 내적인 장애물들도 녹일 수 있었던 것 같고 앞으로도 더 다원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명의 공부인으로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안암교당

[2018년 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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