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미국 오하이오주 어퍼샌더스키에 있는 농장을 운영했던 농부 진 록스던이 쓴 책 <거룩한 똥>(목수책방, 2017)에는 최고의 자연 자원이지만 가장 저평가를 받고 있는 분뇨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간이 수백 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자연 비료(축산 분뇨)를 그냥 버리는 것도 모자라, 버리고 처리하기 위해 또한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똥은 마땅히 땅으로 가야 하는데(똥과 땅은 글자 생김도 비슷하다.) 물로 보내기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를 꼬집는 책이다.

'거룩한 똥'은 앞뒤가 맞지 않는 형용 모순인가? 진리를 받들 때에 사용하는 수사를 '똥' 앞에 붙이다니! 그것은 록스던의 표현으로 똥으로 만든 거름에 '신성한' 물질이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미국의 시인 휘트먼의 '퇴비'라는 시를 인용하는데, 휘트먼은 이렇게 적었다. "퇴비를 보라! 눈여겨보라. 부패한 것에서 달콤한 것을 길러내니, 인간에게 진실로 신성한 물질을 전해주며, 마침내 그렇게 떠나는 것도 받아들이는구나."

자연 농부 록스던의 '거룩한 똥'은 천도품 법문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의 유정 무정이 다 생의 요소가 있으며 하나도 아주 없어지는 것은 없고 다만 그 형상을 변해 갈 따름이니, 예를 들면 사람의 시체가 썩은즉 그 땅이 비옥하여 그 근방의 풀이 무성하여질 것이요, 그 풀을 베어다가 거름을 한즉 곡식이 잘 될 것이며, 그 곡식을 사람이 먹은즉 피도 되고 살도 되어 생명을 유지하며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니, 이와 같이 본다면 우주 만물이 모두 다 영원히 죽어 없어지지 아니하고, 저 지푸라기 하나까지도 백억 화신을 내어 갖은 조화와 능력을 발휘하나니라."(<대종경> 천도품 15장) 

이 말씀은 우주 만유가 모두 생멸 없는 진리 가운데 무한한 생을 누린다는 것을 깨쳐 얻으라는 법문이지만, 이 법문 가운데 순환농과 자연 농법의 이치도 함께 찾아 볼 수 있다. '생의 요소'라는 말이나 '지푸라기 하나까지도 백억 화신을' 낸다는 말은 매우 놀랍다. 생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백억 화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미생물'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든 아니든, 지푸라기 하나와 연결된 백억의 생의 이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주만유는 곧 법신불의 응화신'(<정전>수행편 10장 불공하는 법)임을 구체적으로 밝힌 말이며, 그렇기에 '갖은 조화와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 것이다. 

'똥'을 거룩하게 바라보는 것이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걸까. 인류는 오랜 시간 분뇨를 거름으로 활용해 왔지만 '화학 농법'이 들어오면서 분뇨는 버려지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더럽고 냄새나는 분뇨를 버튼 하나로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고 있어, 현대 문명 자체가 분뇨를 수용하기 어렵게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푸라기나 분뇨와 같이 '하찮고 버려지는 것들'에서 '생의 요소'를 찾아내고, '백억 화신'을 발견하는 건 우리 인류가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며, '천지의 영원불멸한 도'(천지 보은의 조목)를 깨달아 보은하는 일이기도 하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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