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개벽결사단으로 명명했지만 양아치 수준의 범죄일 뿐
사건, 절대 두루뭉술하게 넘기지 말고 철저하게 파헤쳐야

[원불교신문=김혜월 교도] 지난 호 <원불교신문> 강법진 교무의 기자의 시각 글을 읽고 놀랍고 두려워서 어떻게든 이번 칼럼에서 이 건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신임 종법사 취임과 멀지 않은 일이라 조심스러워 몇 번씩 망설이다가 원불교 교단의 미래에 대한 책임 하나로 이 글을 적는다.

그 글의 내용인즉, 정수위단원 선거 이틀 전날 밤, '원불교 촛불개벽결사단'이라는 '익명'의 단체가 정수위단원 후보 7명에 대해 비방하는 내용의 카톡 찌라시글을 재가유권자들에게 유포했고, 삽시간에 SNS를 타고 번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접수해 최초 유포자를 찾고자 했으나 '범인'은 대포폰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교단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의 구성원을 뽑는 선거에서 그러한 행태가 일어났다는 것이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아는 교무님께 부탁해서 그 찌라시를 전달받았는데 내용도, 논리도 수준 이하라서 작성자의 지적 수준이나, 나이, 성향, 인품을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앞의 문장에서 '범인'이라는 용어를 썼듯이, 작성자(들)은 '촛불개벽결사단'으로 스스로를 명명했지만 이 행위는 지겹도록 우리 국민들을 분열시켜 온 진보/보수 프레임의 외피를 빌렸을 뿐 그냥 뒷골목 양아치 수준의 범죄일 뿐이다.

그(들)의 행위가 '개벽'의 이름을 빌릴 수 있으려면 그동안 교단 내에서 진보의 입장에 있던 7명의 후보들만 지목해서 비방할 것이 아니라, 27명 후보 모두에 대한 교단 내 평가에 대해 밝혀야 한다. 또한 그 7명에 대한 평가 역시 교단 사람들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문건은 작성자(들)의 이름을 모두가 알 수 있게 밝혀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않았고, 심지어 찌라시 문건을 보낸 폰 번호 마저도 대포폰이었기 때문에 이는 범죄행위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 평가들이 공정했다면, 그리고 그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다면 자신을 감출 필요가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다른 사람이 개통한 대포폰을 구매해 사용하는 행위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징역형을 판결한 법원 판결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참조;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8/08/0200000000AKR20160808030900004.HTML)

그렇다면 교단의 가장 큰 일 중의 하나인 수위단원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이 '범죄'에 대해서 종법사와 감찰원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연 제대로 조사는 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들어본 바로는 감찰원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조사하거나, 찾아내서 징계할 의지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사실 다른 이의 의견 이전에 내 생각도 그러하다.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상황은 그 사람들이 다들 법강항마위 내지 출가위랍시고 교당에서 의식이 있는 날에 법락 걸치고 점잖게 앉아 있는 이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원불교를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뭔가 이 사람들이 '원만(圓滿)'이라는 개념을 '두루뭉수리함'과 헷갈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듯 두루뭉수리하게, 우리가 남도 아니고…하면서 넘겨온 일들이 쌓여 오늘날 교단의 적폐로 눌어붙은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내가 아는 '원만'은 교단 내의 모든 사람들이 치열하게, 철저하게 자기 소명을 다할 때라야 비로소 제철의 꽃처럼 피는 개념이다. 종법사는 종법사로서, 수위단은 수위단으로서, 감찰원은 감찰원답게, 교무는 교무답게, 교도는 교도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과 책임을 다 할 때 비로소 교단이 '원만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 사건, 절대 두루뭉술하게 넘기지 말고 철저하게 파헤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단의 의식을 다져야 한다. 착각하지 말자. 원만은 도덕성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지, 구렁이 담 넘듯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종교문제연구소·화정교당

[2018년 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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