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참담할 정도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PC방 살인사건이나 음주운전 사망사고, 유치원 비리 등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각종 비리나 강력범죄는 어제 오늘만 발생한 게 아니다. 어렸을 때 봤던 추적60분이나, 사회 속 각종 범죄를 모티브로 방영해 인기를 끌었던 '수사반장', '경찰청사람들'만 생각해보더라도 그 이전부터 사건사고는 존재해왔다.

그런데 사건사고가 쏟아지는 이런 험악한 사회 속에서 결코 외롭지만 않다는 생각은 나만 드는 것일까.

예전의 사건사고들은 당사자나 관련자들의 억울함과 아픔에서 그치고 말았다. 기껏해야 언론에서 떠드는 오늘의 사건사고가 전부일 뿐, 사연과 정의가 묻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억울한 사고를 당하면 그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공론화가 이뤄져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나서 예민한 민원에 대한 방침을 직접 언급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중심에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숱하게 많은 사연들이 올라온다. 물론 그중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나 화풀이로 올라온 내용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처럼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직접 설명하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청원이라도 국민적 관심이 높으면 적극적으로 답변할 것을 주문한 문 대통령의 지시는 각양각색의 국민들을 되도록 모두 품어안으려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의 어디가 가렵고 힘든지 한눈에 드러난다. 청와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게시판 16만 건의 글을 분석해본 결과 '아기', '여성', '학생' 등의 단어 빈도수가 높았다.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단어들이다. 뭔가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사회적 관심이 적고 관련 법규도 미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국민청원이라도 문을 두드려 보았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얼마전 부산 해운대 BMW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윤창호 군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이는 국민적 여론으로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처벌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을 언급했다. 가족의 억울함이야 모두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청원을 함께 지지한 사람들이나 정부의 적극적 소통 자세는 그들에게 대단히 큰 힘이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비록 민원이 바로 처리되지 않는다하더라도 지도자들이 늘 관심을 두고 진실한 소통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 국민은 정부를 더욱 지지하고 기다릴 줄 알며 오히려 돕기 위해 나설 것이다.

원포털 게시판에 이런 날이 오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일까.

[2018년 11월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