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상시일기의 핵심은 유무념 공부다. 상시, 즉 일상의 공부는 일상수행의 요법과 상시응용 및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얼마나 온전한 생각으로 실천했는가로 집약된다. 아니 〈정전〉을 비롯해 모든 성현의 가르침을 얼마나 내 삶에 투영하고 풍요롭게 가꾸어가고 있는가, 라는 신앙과 수행 전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유무념 공부는 상시공부의 핵심이다. 유무념 공부 하나만으로도 불지에 뛰어오를 수 있다. 상시일기에서 이를 기재하는 것은 순간순간의 진급을 점검하는 것이다. 

유념은 깨어있는 자성에 기반한다. 그것은 초기불교의 마음챙김 명상과도 깊이 통한다. 위빠사나 수행은 사띠(sati), 즉 주의, 주시, 챙김, 기억 등의 마음 기능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 연기된 오온(五蘊)이 공함을 관찰함으로써 모든 번뇌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고집멸도 4성제 가운데 도에 이르는 8정도는 이 유념을 통로로 한다. 대승불교에 이르러 일거수일투족 부처의 생각과 행동을 나투는 평상심의 도를 구현하는 것 또한 유념에 다름이 아니다. 

이는 보자기에 싸인 금덩어리(불성)가 삶의 모든 곳에서 빛나는 것과 같다. 그 내용은 각성을 통해 중도와 중용에 기반한 대중 있는 마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행의 요체는 바로 유념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바른 마음으로 모든 경계를 대하는 일상의 수행이다. 우주에 편만한 법신불의 진리, 깨달음에서 발한 스승의 법문, 세계를 발전시킨 인류의 다양한 가치와 지혜,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약속한 모든 결정을 내 안에 빛나는 '참 자기'가 실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진여를 체화한 무념공부는 불성으로써 영원한 혜복을 장만하는 길이다. 무념은 석존과 소태산 대종사, 그리고 모든 불보살이 최상의 공부, 최상의 법문으로 삼았다. 인류 정신이 가장 고양된 진화의 단계는 무념공부다. 

한 마디로 <금강경>에서 말하듯 모든 일상생활에서 상(相) 없고, 집착 없으며, 주한 바 없이 마음을 쓰는 공부다. 천지 대자연과 우주 삼라만상이 그렇듯이, 진리를 구현하는 모든 성현들의 생명력 넘치는 활동이 그렇듯이,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가 그렇듯이, 참된 사랑과 자비로 모든 이웃을 환대하는 일상의 불보살들이 그렇듯이, 최상의 덕, 최고의 은혜를 드러내는 길이다. 

무념은 불성을 지닌 모든 존재의 가치가 흘러넘쳐 온 대지를 적시며, 그 덕과 은혜가 그 위에 존재하는 모든 중생에게 미치는 법신불 진리의 총체적인 작용이다.       

유념공부는 하나의 작은 가르침을 먼저 실천해봄으로써 생활이 법으로 충만 되어 가고, 따라서 내가 변화되어 간다면 그 길에 들어선 것이다. 상시일기는 그것을 회광반조하는 것이다. 유념이 자동화되면, 이어 자연스럽게 진리적 작용인 무념의 경지에 명합(冥合, 밤과 낮이 교차하는 새벽녘처럼 일치하는 것)한다. 유념은 내가 깨어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며, 무념은 그 깨어있음을 뿌리로 해 무한공덕의 꽃과 열매를 맺는 길이다. 

유념과 무념은 법신불진리와 내 마음이 하나임을 안으로 깨치는 성리공부이자, 내 영성이 불보살 세계로 합일하는 진화와 진급의 길이다. 유념의 궁극은 삼독심을 베어내는 살인검의 마음이고, 무념의 궁극은 무루의 지혜와 무한한 자비를 길러내는 활인검의 마음이다.  

/원광대학교 

[2018년 11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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