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얼굴은 
달도 아니언만

몇 천겁 몇 만겁
홀연히 떠올라

고요히 나의 마음 바다에 
비추어 주옵네.


글_육타원 이동진화(1893~1968)종사 
출처_육타원 종사 문집(원기67년) 


염념불망 마음에 모시던 스승님이 꿈속에 나타나 전해준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가끔 늘 그리던 스승님을 꿈속에서 뵙곤 한다. 또 후진이 꿈에 보이기도 한다. 

'어젯밤 꿈에 자네가 보였네. 별 일 없지'하는 안부 인사를 어른으로부터 받게 될 때, 마음을 돌아보고 삶의 자세를 재차 가다듬게 된다. 

님은 달은 아니지만 달이기도 하고, 님은 그냥 그 존재로 여여하지만 님을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 바다를 비추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님을 마음에 모시고 사는 사람과 그냥 사는 사람과의 삶은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유아독존(唯我獨尊)'의 존재로 상독로(常獨露)하지만 사은님의 호념이 아니고서는 원만한 유아독존도 상독로도 될 수 없다. 부처님께서 머리 위에 부처님을 이고 계시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육타원 종사는 31세에 소태산 대종사를 처음 뵈었다. 이후 만덕산 초선에 참여했고 법명을 받은 후 출가를 결심, 이듬해 총부에서 출가생활을 시작했다. 31세에 처음 뵌 님의 얼굴은 어떤 순간에도 '나의 마음 바다를 고요히 비추어 주는 등대'가 된 것이다. 내 삶의 등대가 되어주는 님을 내 안에 잘 모시며 살고 있는가?  

/둔산교당

[2018년 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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