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소태산 대종사는 불교를 혁신하면서 새 종교를 열었다. 혹자는 대종사가 승려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원불교라는 종교는 불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불교로 뛰어든 종교'라고 표현하였는데 매우 그럴 듯한 말이다. 

〈정전〉에서 '불교'를 언급한 것은 총서편 제 2장 교법의 총설에서 한 번 나온다. 〈대종경〉에는 서품 15장부터 불교라는 용어가 몇 번 나오지만, 교의품과 수행품으로 가면서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불법'이라는 말은 〈정전〉 교리 표어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과 사대강령의 '불법활용'이 있으며, 〈대종경〉에서는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상대도'는 〈정전〉에서 불교를 높이는 표현이다.(교법의 총설) '세계적 주교'는 〈대종경〉에 나온다.(서품 15장) 그런데 그러한 표현들 뒤에는 대체로 불교의 교리와 제도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불교는 무상대도이지만, 출세간 생활하는 승려 본위로 조직돼 많은 생령이 불은을 입기 어렵다고 덧붙였으며, 장차 불교가 세계적 주교가 될 것이지만, 미래의 불법은 재래와 같은 제도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불교를 표현할 때는 '과거'의 의미를 많이 붙이고 있다. '과거의 불교'라는 말은 교법의 총설과 서품 18장에 거의 똑같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밖에 '과거 불가에서', '재래 사원에서는'과 같은 표현으로, 불교가 안고 있는 교리와 제도가 이미 시대에 맞지 않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의 무상대도에는 변함이 없으나 부분적인 교리와 제도는 혁신하자고 했다.(서품 16장) 이는 곧 '재래의 불교'를 시대에 맞도록 하여 대중 교화를 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경전인 〈조선불교혁신론〉의 이념을 그대로 본경에 수용한 것이다. 

또한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불법'을 '부처님의 도덕'(서품 15장)으로 표현한 것은 재미있다. '불법'이나 '부처님의 도덕'이란 말은 모두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가까운 말이다. 서품 3장에서 '불법'을 '천하의 큰 도'라고 한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는 곧 고정적인 어떤 도그마의 틀 속에 가두지 않는, 유연한 영성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에 불교는 불법이 '제도화된 종교'로서 과감하게 혁신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므로 '불교'와 '불법'을 병행하여 사용한 것은 단순한 용어상의 혼선이 아니라, 크게 보아 '과거의 불교'와 '미래의 불법'으로 관계 지어 놓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전〉 '교법의 총설'과 〈대종경〉 '제 1장 서품'은 '교리와 제도의 혁신'이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원불교는 '불법으로 주체를 삼아'(서품 2장) 등장했으며, '과거의 불교'를 혁신하고, '모든 종교의 교지도 통합 활용하여'(교법의 총설) '미래의 불법'(미래불, 미륵불)을 열어갈 새 시대 새 종교이다.('새 불교'라는 의견도 있는데 다소 협소하다. '교법에 총설'에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원불교 역시 '시대와 인심을 따라'(서품18장) 끊임없이 '교리와 제도의 혁신'을 도모하면서 길이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12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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