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0주년 특집 기고-원불교신문에 바란다

고재열 기자

[원불교신문=고재열 기자] 원불교는 현대를 사는 도시인에게 심리적으로 멀리 있는 종교다.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은 비움과 멈춤으로 읽힌다. 채움과 전진으로 삶을 채워야 하는 현대 도시인에게 이 비움과 멈춤은 멀게 느껴진다. 이런 비움과 멈춤의 느낌은 〈원불교신문〉의 논조와 원음방송의 스테이션 이미지로도 그대로 연결된다.  

〈원불교신문〉을 보고 떠올린 것은 오래 전 원불교 단체에서 SNS 특강을 할 때 만났던 원불교 교무님들의 집단 미소다. 강사는 좌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맛에 강의를 하는 것인데 그때 그 강의를 듣던 교무님들은 너무나 굳건히 평정심을 유지해서 리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편안한 미소에 맡기고 자연스럽게 말을 거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적극적으로 잘 따라와서 강의를 만족스럽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지면으로는 그런 미소가 보이지 않고 근엄함이 보인다. 원음방송과 비교해서도 〈원불교신문〉이 다소 교조적인 느낌이다. 〈원불교신문〉의 지면을 통해 원불교가 우리 사회를 보는 시선은 '우리가 먼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IN도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주간지'를 내세웠기 때문에 이런 근본주의가 낯설지 않은데 소속 기자들에게는 사실 조금 부담이 된다. 

〈원불교신문〉의 이런 근본주의는 종교신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사회적 이슈와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밝혀진 모 종교의 행태와 대조적인 행보다. 혼란의 시대에는 이렇게 종교가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원불교는 비움과 멈춤으로 사회적 갈등을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원불교신문〉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서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원불교가 4대 종교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렇게 종교가 종교 밖으로 나와야 할 때를 잘 알고 그때마다 필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의 필요가 아니라 세상의 필요에 응답하는 이런 모습도 필요하다. 세상을 반보 앞에서 견인하는 것은 언론의 숙명이다. 

비원불교인의 입장에서 〈원불교신문〉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지난 반세기 동안 차분한 행보로 우리 사회의 중심을 잘 잡아줬으니 다음 반세기에는 원을 더 크게 봤으면 한다는 것이다. 원불교의 패러다임과 종교의 패러다임 밖으로 나와서 사회와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났으면, 교리와 경전을 벗어나 세상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했으면, 그래서 우리 사회의 빈틈을 채워줬으면 한다. 
 

교리와 경전을 벗어나 
세상과 적극 소통해야


청소년·청년들과 함께 
우리 사회 비전 그려보길

〈원불교신문〉과의 인터뷰 때 광고기획자 이제석씨가 말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공감과 강조의 의미로 그대로 옮겨본다. "원불교나 불교는 교리 자체가 논리적이고 자유롭다. 깨달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내 개인 성향과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은 완벽한 심볼이다. 광고하는 입장에서 보면 모든 종교를 통틀어서 가장 잘 만든 상징을 가졌다고 본다. 종교적 완벽성을 가진 원은 공익광고 쪽에서는 순환의 원리로 종종 사용된다. 내가 만든 반전 캠페인이나 환경 광고도 원의 순환원리를 적용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 나와 사회, 나와 환경, 나와 만물의 관계를 표현했고, 표면적인 원이 아니라 순환과 공동체적인 원을 이야기한 것이다."

원불교의 패러다임과 종교의 패러다임 밖으로 나가보려면 원불교 밖의 사람을 더 적극적으로 만나야 할 것이다.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만남에서 나온다.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서 원불교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세상의 이치는 궁극에는 서로 통하기 마련이니 아무리 낯선 이의 철학이라도 원불교의 교리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원불교신문〉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언론사다. 청소년을 섹션으로 분류하고, '청소년 포커스', '똑똑 청소년 교화', '청년 칼럼', '청년 굿잡!' 등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기획 연재물이 많다. 이런 기획의 연장선상에서 미래 세대와 함께 우리 사회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청소년과 청년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기 바란다. 

매체가 독자의 호응을 얻으려면 읽을거리가 많아야 한다. '여행 감독'을 자칭하는 입장이라 〈원불교신문〉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연재물은 '여행으로 만나는 해외 교당'이었다. 교화를 위해 현지 교당에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읽은 것이라 일반 여행자의 시각보다 깊이가 있어 좋았다.

원불교가 다른 문명과 만났을 때 어떤 화음을 만들어내는지 더 들어보고 싶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원불교신문〉이 더 큰 원을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시사IN IT·경제·국제팀장

[2019년 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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