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보이지 않는 기(氣)로 구성돼 있어
상생의 기운을 터야 자리이타가 돼

양대관 교도

[원불교신문=양대관 교도] 기(氣)가 들어있는 말이 많다. 믿기 어려운 일을 보면 신기하다 말하고 기막히게 좋다고도 표현한다. 흔히 사용하는 전기나 원기, 용기, 기상, 기합에도 기가 들어간다. 어떤 사람은 기로 강 건너의 사람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기공체조로 기를 연마하여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닦는다. 자칫 모호한 개념으로 인해 사념과 미혹으로 흐를 수 있는 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고자 한다. 기란 무엇이며 수도인에게 기는 어떻게 이해되고 활용하면 좋을까.

객기와 호기. 야외동물원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코끼리 앞에서 잘난 체 호기를 부리다가 죽을 뻔한 행동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눈치를 보고 자존심을 지키느라 사소한 일에 소중한 재산이나 목숨을 거는 객기를 부리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일찍이 정산종사는 '먼저 자기의 기운을 화하게 한 후에 사람을 널리 교화하는 것이 공부인의 심법이요 지도자의 덕이니(중략) 능히 천하 창생을 심화하여 기화(氣和)로써 두루 교화하여야 한다'고 말씀해 객기의 경계를 당부했다.

혈기와 광기. 유대민족의 지도자였던 모세는 바위를 향해 명하라(기도하라)는 야훼(신)의 지시를 어기고 백성들 앞에서 지팡이로 바위를 두 번 내리치는 순간적인 혈기를 부려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우를 범하게 된다. 우리도 공동체 운영에 참여하다 보면 매 순간 일과 사람관계에서 공의와 정의의 기준을 망각한 채 혈기를 앞세운 광기로 인하여 일과 사람을 모두 잃는 안타까운 경우를 본다. 혈기는 언제나 우리 안에 대기하고 있으므로 평소 훈련을 통해 온유한 심성을 닦아 예방해야 한다.

생기와 용기. 표정이 밝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사람을 보면 힘찬 기운을 느끼는데 이것이 생기다. 생기가 없으면 운도 안 따르고 될 일도 안 된다. 사리를 분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맹을 만용이라고 하는데 진정한 용기란 비굴하지 않아야 하고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며 두려움을 알고서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는 에너지라고도 부른다. 모든 생명과 물질에는 기가 있으며 물리학에서는 핵융합력으로, 생물학에서는 신경전달에 관여하고 종교에서는 신, 영성, 심령학에서는 텔레파시, 전기나 전파도 기로 규명된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도 유선의 전류인 전기와 무선(형)의 정기가 흐르면서 혈류와 호르몬 등의 순환과 분비에 영향을 준다. 인간의 정신과 신체는 기의 가장 구체적인 실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보이지 않는 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기는 전기적인 특성이 있어서 자칫 방전이 되기도 하고 회로가 고장이 나면 힘이 잘못 흐르게 되어 오작동이 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영적으로 기가 쇠하거나 윤리적 근기를 잃으면 마음과 몸에 혼란을 불러 사고를 일으키거나 병을 얻는다. 그러므로 수시로 명상과 참선으로 기운을 보충하고 선진의 말씀에 따라 진리에 합당한 공부를 지속하면서 기의 통로라 할 수 있는 눈과 입과 귀의 사용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는 부처님을 대하듯 눈빛에 주목하고 말과 노래를 들을 때에도 상대의 '마음진동'에 주파수를 맞추어야 기(에너지)의 선순환이 일어나 건강하고 원만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

호연지기는 크고 넓게, 즉 왕성하게 뻗친 기운이라는 뜻으로서 맹자는 "흔들리지 않는 굳센 마음을 얻는데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호연지기는 단순한 육체적 기운이 아니라 의와 도라는 방향성을 가진 기운이라고도 했다. 

정산종사는 "사람을 대할 때에는 안과 밖이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고, 은악양선하여 저 사람을 도와주면 저 사람도 나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며, 상대방에게 상생으로 말을 하고 기운을 터야 나에게 기운이 응한다"고 말했다. 기는 전기처럼, 물처럼 흐르는 생명이므로 막힘없이 소통시켜야 기분이 좋다.

/여주교당

[2019년 2월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