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원불교/ 디지털교화

[원불교신문=허인성 교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과 소셜서비스로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시대가 됐다. 겉으로 드러난 마음 외에도 말이나 글로 표현되지 않는 은밀한 생각까지 파악할 수가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되는 정보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그것을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이제는 머신러닝으로부터 시작된 인공지능에 인간의 뇌를 본 따 만든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등장해 규칙을 찾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찾아내고 있다. 여기에 지연시간이 거의 없는 5세대 통신기술로 인해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이 되고, 인공지능으로 제어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해 점점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는 시점에 와 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중앙집중적인 통제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개인간의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등장했다.

디지털교화에 대한 물음
소태산 대종사는 일찍이 물질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하고, 사람이 사용하여야 할 물질의 세력은 날로 융성하여 모든 사람이 저 물질의 노예 생활을 면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지금이 그때보다 더 그렇다. 

대다수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여 타인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있다.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밖으로는 심각한 환경의 오염으로 인해 인간 스스로는 물론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와 있다. 

우리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어리석은 중생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니 방법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지난 한해 각 교당 교도들은 선진들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신심과 공심, 공부심에 놀라움과 감동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분발심으로 충만해진 교도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실세계로 돌아갔고, 이제는 옛날이야기로만 남았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과거의 시대와 확연히 다르다. 서두에 꺼냈던 기술들은 이 사회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아마 대종사도 보았다면 천지가 개벽했구나 하고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신심, 공심, 공부심으로 교화를 하고자 한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이제는 지금 시대에 맞는 교화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먼저 이 사회의 문제점을 고쳐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사회나 국가,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번 교화방향을 고민하는 기사를 볼 때면 인재, 자원, 시간의 부족이 언급된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야 한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조용한 가운데 묵묵히 그 길로 걸어가야 한다.

이런 일을 함에 있어 경험이 많은 분들의 역할이 크다. 젊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반발을 받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버릇이 없거나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험이 많은 분들과 젊은 사람들이 합심하지 않으면 그 일을 절대 할 수가 없다. 

아무리 맛있는 떡도 먹지 않으면 썩고 만다. 떡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떡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 노력은 맛있는 떡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이것에 너무나도 관심을 가져오지 않았다. 지금 시대에는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다.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들은 우리가 돈을 버는 데만 활용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누가 가져다 쓰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겐 무기가 누군가에겐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나는 이 과학과 기술을 활용함에 있어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살펴보도록 하자.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여는 기술들

콘텐츠
콘텐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예쁜 그림, 좋은 법문? 그런 것도 있지만 원불교 교법에서부터 교화, 교육, 자선 등 모든 활동이 콘텐츠이다. 즉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그대로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것은 내용적인 측면인 것이고,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신문을 보기보다는 인터넷을, 책을 보기 보다는 동영상을 선호한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 읽기 편하고, 글보다는 이미지가 더 강렬하다. 법회 동영상은 조회수가 백명을 넘기 어렵지만 재미있는 동영상은 수천만명이 본다. 청소년들이 즐겨 듣는 랩은 어른들이 듣기에 불편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만의 세계인 것이다. 랩퍼가 되려는 청소년들은 미래를 위한 학습보다 랩퍼의 동영상에 열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교화는 법회동영상에 법문편지가 주를 이룬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교법의 총설

연결
우리나라에 우버가 도입될 때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 최근엔 카풀이나 렌터카사업을 변형시켜 서비스를 하려는 스타트업들이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대에 막혀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의 변화보다 빠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면 안된다. 대종사가 진단한 것처럼 물질세력과 정신세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 사회가 정신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자리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며, 종교가가 할 수 있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실지불공이자 대사회봉공 활동이다.

플랫폼
버스나 기차 플랫폼과 같이 각 교화현장을 말한다. 교화현장마다 사람들이 모이고, 콘텐츠가 나눠지면 그것은 훌륭한 플랫폼이 된다. 거창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서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며 수수료 수익을 얻어가는 플랫폼이 아닌 이 세상을 밝히기 위해 불철주야 기도하는 플랫폼이 바로 각 교화현장이다. 우리는 이 교화현장을 중심으로 대종사님 교법이 시대에 맞게, 대중에 맞게, 생활에 맞게 전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물론 과학과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기술을 가진 재가출가 교도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보고 싶고 나누고 싶은 콘텐츠, 개인과 개인, 그룹간의 살아있는 연결, 마지막으로 모두가 참여하는 현장교화의 장인 플랫폼.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콘텐츠를 나와 연결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교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 방안

[2019년 2월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