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따라 남성스러운 모습도, 여성스러운 모습도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구전심수(口傳心授)란 입으로 전하여 주고 마음으로 가르친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을 통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도록 가르침을 이르는 말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구전심수의 정법 아래 사람사람이 대도를 체험하고 깨치도록 하기 위해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을 내놓으셨고 이를 훈련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인 〈정전〉을 생활 속에서 응용한 후 지도인에게 일일이 문답할 때 법맥(法脈) 신맥(信脈) 법선(法線)을 올바로 연할 수 있습니다. 

▷공부인: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이론에 의하면 남자아이는 2~6세에 남근기를 거치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남근기 동안 아이는 반대 성을 지닌 부모와 성적으로 결합하려고 애쓰면서, 동시에 같은 성을 지닌 부모와 경쟁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제대로 겪지 못한 성인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요. 저는 이 이론이 한 학자의 이론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저를 진단해 보면 비슷한 맥락의 문제들이 엿보이거든요. 저는 남근기에 경쟁 상대가 없어서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경쟁 상대가 있어야 그를 닮아 가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남자답지 못한 모습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도인: ○○공부인은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공부인: 물론 남자죠. 

▶지도인: 생물학적으로는 남자가 맞지만, 에너지로 보면 남성 에너지도 있고 여성 에너지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이 다 있잖아요. 한 원로 교무님이 말씀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하루는 여자는 성불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맥이 빠져서 정산 종사를 찾아가 여쭈었다고 합니다. "여자는 성불하지 못한다는데 정말 그렇습니까?"하고요. 그러자 평소 그렇게 온화하시던 정산종사께서 온 눈썹을 다 치켜세우시고 큰 목소리로 "니가 남자가 여자가"를 계속 반복해서 물으셨다고 합니다. 
우리는 원래 남자다, 여자다하는 분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어느 때는 남자도 여성스러운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고, 경계를 따라 여자도 남성스러운 에너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을 알면 다른 사람이 여자 같다고 놀려도 '내 안에는 여자도 있지' 하고 웃을 수 있습니다. 

▷공부인: 늘 제가 비정상 같아 불안했는데 모두 제가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제였군요. 저는 그냥 저일 뿐이네요. 왠지 허탈감마저 듭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제가 오이디푸스 단계를 거치지 못했고, 그래서 남자답지 못한 제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원망하며 살았는데 말이죠.

▶지도인: 앞으로도 종종 그런 생각이 날 거예요. 워낙 오랫동안 남자답지 못하다고 반복해서 생각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나는구나' 알아차리면 됩니다. '하찮은 배우는 있어도 하찮은 배역은 없듯'이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쉴 곳도 많고 놀 곳도 많다고 멋지게 노래하면서 역동적이게 살아 봅시다.

▷공부인: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느낌을 이렇게 가볍게 만들어버리다니 신기합니다. 하지만 콤플렉스를 너무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콤플렉스는 많은 사람에게 인생이 좌우될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거든요. 

▶지도인: 정산종사께서 병으로 요양하는 제자에게 편지하셨습니다. "사람이 육신이 병들지언정 근본 마음은 병이 없나니, 그 병듦이 없는 마음으로써 육신을 치료하면 육신이 따라서 건강을 얻을 수 있나니, 거기에 공부하기를 간절히 부탁하는 바이다"라고요.(〈정산종사법어〉 응기편 59장) 콤플렉스를 허상일 따름이라고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콤플렉스도 진리의 묘한 작용이죠. 다만 근본 마음에는 콤플렉스가 없으니, 원래 콤플렉스가 없는 마음으로써 콤플렉스를 놓는 공부를 하면 자연스럽게 콤플렉스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라고, 집착한 만큼 해탈합니다. 에너지는 하나이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강했던 만큼 마음의 자유를 얻을 겁니다.

▷공부인: 완벽하진 않지만 알려주신 대로 제 마음을 공부해서, 여러 이론이나 사상으로 제 삶을 조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 것 같아요.

/교화훈련부

[2019년 3월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