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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꽃 피다] 외곽에서 너와 내가 만나 교육공동체 실천하는 작은 몸짓, 그러나 간절하게
[사람꽃 피다] 외곽에서 너와 내가 만나 교육공동체 실천하는 작은 몸짓, 그러나 간절하게
  • 이여원 기자
  • 승인 2019.05.09
  • 호수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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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움터 정경미 대표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광주, 그곳에서 그는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의 학부모를 만나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참된 자아, 참된 세상'을 이야기하고, 연대하며, 실천하는 삶을 꾸린다. 참배움터 정경미 대표. 그를 광주가 아닌 다른 외곽, 함평에서 만났다. 사람들을 만나는 또 하나의 인문학 공간이 될 그곳, 넓고 환한 창문이 있어 바깥 정원의 꽃과 나무가 그 공간의 주인공임을 말해준다. 공간과 잘 어울리는 나무색의 책상과 의자를 들여오는 날,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삶에 대한 암묵적 무게 
90년대 초, 전남대 학보사 기자였던 그는 "생생한 삶의 현장 곳곳을 다니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때 처음으로 밤새워 읽었던 책이 전 인민군종군기자였던 이인모 선생님의 수기였다"는 그. 어떻게 신념 하나로 그 긴 감옥생활을 견디어 낼 수 있는지, 그의 생각은 깊어졌다. 분단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고민이 이어졌고, 그 고민은 '통일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암묵적 무게'로 느껴졌다. 

"이인모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역사의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기록하는 일의 의미도 생각하게 됐다. 당시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전대기련)에서 활동하면서 시야도 넓어졌고, 이후 전국연합 산하 광주전남연합에서 기관지를 만들었다." 

당시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남편(최성혁)을 만났다. 격동의 시기에 서로를 만났고, 둘 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보석으로 3개월 만에 나왔지만, 수감생활은 인권도 너무 열악했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던, 그야말로 또 다른 세상이었다. 그의 20대 후반은 그렇게 삶의 한복판에서 냉정할 만큼 치열했다.     

"삶의 큰 굴곡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의 연결고리가 아니었을까. 지역운동을 하고 있는 선배를 도와 공부방에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시작됐고,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며 사는 일이 지금까지 생계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교육을 가슴에 품고 있다. 아이들의 본성이 창의성으로 발현되는 것, 교육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치열했던 그의 삶의 연결고리, 그 하나가 '참기름터'다. 

나부터 변화하는 일, 
그 시작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 
쉽지 않은 그 길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완벽하게 진심을 다하면 달라질 거라 믿는다"고. 

'모든 답은 내 안에 있어'
그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아이들을 만나는 교육 공간 '참기름터'. 이곳 수업은 자연 속에서 진행될 때가 많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풀밭에 피어난 들꽃과 풀씨를 자세히 바라보고, 연초록 나무와 새소리 들리는 작은 숲속을 맘껏 거닐며 호흡한다. 자연 속에서 교감하는 다양한 과정 활동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시나 그림, 글쓰기로 표현하는 수업은, 아이가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된다. 

"조그만 풀밭에 나무가 두 그루/ 허리를 숙이니 네 잎 클로버가 보인다/ 무릎을 구부리니 제비꽃이 보인다/ 쪼그려 앉으니 개미가 보인다/ 돌을 들춰보니 곰벌레가 꼬물꼬물 눈부시다고 투정 부린다/ 곰벌레야, 미안/ 다시 일어서서 위를 보니 나뭇잎 틈으로 비치는 우주가 보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주보다는 작아도 많은 것을 품어주는 소우주가 보인다/ 내가 보인다/ ('풀밭' 김시은.) '참기름터' 과정 활동에 참여하며 아이가 쓴 글 한 편. 작품 하나에 자연이 담겼고, 우주가 담겼다. 아이와 자연과 우주는 하나가 된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존재만으로 우주가 된다. 

'참기름터'에서는 한 권의 책도 훌륭한 스승이 된다. 그는 최근 중1 아이들과 앰벌린 콰이물리나 글 그림 <까마귀와 샘>을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눴다.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적 주제를 다룬 까마귀와 샘에서 '샘'은 우리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결국 소중한 자신의 힘을 알게 된 까마귀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그. 

'모든 답은 내 안에 있고, 그것을 보는 법만 깨달으면 된다'는 것을 아이들도, 그도, 충분히 공감했던 시간이다. 

참된자아 참된세상 참배움터
그가 아이들 교육만큼 비중을 두고 있는 그의 삶의 연결고리, 다른 하나는 '참된자아 참된세상 참배움터.' 

"아이들을 위해서는 부모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부모교육을 생각했다. 교육 주체인 학생이 바뀌려면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온전하게 자기 삶을 펼칠 수 있는 근간을 알 때 아이도 부모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이를 진지하게 모색하고 소통하고 토론하고 공감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함께 연대해 실천하는 인문학 공간이 '참배움터'다. 지난해 6월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삶, 탁월한 사유'에 대한 5강을 시작으로, 9월에는'인간적인 삶'을 주제로 확장, 독립, 모험, 추상, 배움, 감동에 대한 사유의 깊이를 더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적 삶으로 연대하기 위해 '간절하게' 한 걸음씩 내 딛고 있다.

"이 시대 철학을 실천적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최진석 원장의 통찰을 통해, 내 삶의 가치와 원칙을 돈독히 하고 나부터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세상의 진일보를 위해 대동의 의미로 인드라망처럼 연결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과정이다. 너와 내가 만나 이 시대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일이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나부터 변화하는 일, 그 시작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 쉽지 않은 그 길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완벽하게 진심을 다하면 달라질 거라 믿는다"고. 

[2019년 5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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