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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과 확신
[사설] 혁신과 확신
  • 원불교신문
  • 승인 2019.05.15
  • 호수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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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이 혁신의 결과를 책임지지는 못한다. 하지만 확신이 없이는 혁신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확신 없는 혁신은 누구도 설득하지 못한다. 어떤 동력도 만들기 어렵다. 교단의 변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크게 보자면 정남정녀 규정 개정, 품과 단일화, 정년연장 등의 내용으로 이뤄진 전무출신규정 개정과 교구자치제 추진으로 압축된다. 이런 혁신 작업들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얼마만큼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확신들은 어디에 바탕해야 하는지 점검해 볼 때다.

인구학자 조영태는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실들을 예견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0%를 차지하고, 1∼2인 가구의 65%는 노인인구로 채워진다. 2015년 기준 10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43%가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에 거주했다. 우리나라 건강 기대 수명은 남자 65.2세, 여자 66.7세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2세다. 15년 넘게 이런 저런 질병을 안고 산다는 말이다.

2000년 당시 초등학생 400만 명, 중학생 200만 명, 고등학생 230만 명이었던 학생수가 2035년에는 초등학생 230만 명, 중학생 115만 명, 고등학생 118만 명 정도로 준다. 2014년에 비해 각각 18%, 36%, 40% 축소된 규모다. 2015년 기준 약 1.91대 1이던 전국 4년제 대학의 입학경쟁률은 2021년에 1대 1이 되고 2025년에는 0.96대 1로 낮아진다. 2020년부터 기존 4년제 대학 중 50여 개가, 2022년에는 약45개의 전문대가 문을 닫게 된다. 결국 운영예산에서 등록금 비중이 높은 대학의 현실을 놓고 볼 때 2024년 즈음에는 다수의 사학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하고 있다. 

우리 교단의 10년 뒤 모습은 어떨까. 거시적 관점 없이 눈앞에 닥친 과제에만 매달린다면 생산적 해법을 기대할 수도 없고, 교단의 미래를 열어갈 수도 없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정견에 도달할 때 비로소 합리적 대안의 제시도 가능해진다. 소태산 대종사가 불교의 정신은 계승하면서도 과거의 제도를 철저히 혁신한 까닭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제도로는 일체중생을 제도하기 어렵고 참문명을 이뤄낼 수 없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확신에 찬 불교 혁신을 태동시켰다.

혁신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현재를 희생하는 과정이다. 많은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정견은 해탈을 낳고 인과의 이치에 대한 통찰과 확신으로 이어진다. 감내해야 하는 고통도 미래의 밝은 전망 속에서 낙고삼매(樂苦三昧)로 승화될 수 있다. 혁신의 주체들이란 표현이 부담스럽다면 정책담당자라고 해도 되겠다. 이들에게 주문한다. 최소한 자기 확신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치열한 연구와 학습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열린 마음과 자세로 교단적 지혜를 종합해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의 합리적 대안은 없다는 확신의 임계점에 도달해야 한다. 그 지점에 도달해야 비로소 혁신이 태동한다.

[2019년 5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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