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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과 인과의 무서움
[사설] 5.18과 인과의 무서움
  • 원불교신문
  • 승인 2019.05.21
  • 호수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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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18일로부터 39년이 흘렀다. 그 당시 광주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총칼에 희생되었다. 2001년 기준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 218명, 행방불명자 363명, 상이자 5,088명, 기타 1,520명 총 7,200여명에 이른다. 이 숫자들은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아직도 진상규명 작업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80년 광주의 비극적 사건에 대한 명칭도 변해왔다. 전두환 정권은 '광주사태', 노태우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 김영삼 정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김대중 정부 이후로는 '5.18민주화운동'으로 공식화되었다. 한편 민주화운동단체나 학계에선 '광주민중항쟁' 또는 '5.18민중항쟁'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명칭의 혼란은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관점의 혼란을 투영한다. 

부처님은 〈업보차별경〉에서 "열 가지 죄업이 있어서 중생이 단명보를 받게 되나니, 무엇이 열 가지냐 하면 첫째는 스스로 살생을 많이 함이요 둘째는 다른 사람을 권하여 살생을 시킴이요 셋째는 살생하는 법을 찬성함이요 넷째는 살생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좋아함이요 다섯째는 자기의 원수나 미운 사람을 죽이려는 마음을 가짐이요 여섯째는 자기의 원수가 죽는 것을 보고 환희심을 냄이요 일곱째는 생명이 갊아 있는 태장(胎藏)을 파괴함이요 여덟째는 모든 사람에게 남의 것을 함부로 훼손하고 파괴시키는 법을 가르침이요 아홉째는 천사(天寺)를 세워 놓고 중생을 많이 살해함이요 열째는 스스로 싸움질을 잘 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서로 잔해(殘害)하는 법을 가르침이니라"고 설하셨다.

소태산 대종사는 인과의 이치에 대해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이 없이 길이길이 돌고 도는지라,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되며,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나니, 이것이 만고에 변함없는 상도(常道)니라"고 밝혀주셨다.

두 부처님의 말씀을 5.18에 대입해본다. 5.18의 원흉은 민주적 법질서를 짓밟고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 쿠데타 세력이다. 새로운 증언들에 따르면 이들은 치밀한 권력 장악 프로그램 속에서 자국민을 학살했다. 역사의 죄인들은 명백히 단명보를 받을 죄업을 지었다. 문제는 우리들 역시 인과의 저울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알면서도 그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세상은 억울한 사람들로 넘치는 원망의 사회가 될 것이다. 주권자들이 반역자의 총칼에 희생되었는데도 그냥 묻어두고 넘어간다면 세상은 하극상과 폭력이 정당화되는 야만의 사회가 될 것이다. 무서운 과보는 우리 몫이 되고 말 것이다. 인과의 진리는 냉엄하고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역사는 그냥 오지 않는다. 우리가 '정의어든 기어이 취하고 불의어든 기어이 버리는 실행 공부'를 해야 가능하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지금 행하는 우리의 심신작용 안에 있다. 진심으로 참회하여 과거를 청산하고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지금 충분히 가능하다. 무한히 따뜻한 인과의 진리가 끝까지 보살펴주실 것이다.

[2019년 5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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