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안세명] 원사공 교도는 미항공우주국 NASA에 근무하고 있다. 10대부터 선불교 명상에 심취한 그는 일생을 통해 과학과 기술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응용하려는 서원을 가지고 있다. 그는 7년 전 원불교를 만나 소태산 대종사가 제창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접하면서 깊은 자각을 얻게 됐고 좌산 이광정 상사와 교단 스승들의 훈증 속에 일원의 진리를 통한 삶의 완전성을 추구하는데 정진하고 있다. 

이 글은 5월26일 중앙총부 일요예회에 참여한 원 교도가 '한 생명의 소식'이란 주제로 발표한 강연을 정리했다.

자신에 대하여(Self)  
내 자신, 세계, 우주에 대한 의식은 50년 전에 시작됐다. 서너 살 쯤 된 나는 암에 걸려 있었다. 이 경험은 내 삶을 틀 지우게 했다. 은생어해와 해생어은으로 인생은 가득 차 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은혜와 해로움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과 모든 사람들이 완전하면서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상처 받기 쉽고 혼자인 존재라는 강력한 느낌은 만유와 공과 결합된 정교한 느낌이다. 

원불교에서 전개된 나의 경험은 기존의 신앙과 종교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 공허함을 채워줬다. 나의 종교적 정체성은 아일랜드 가톨릭의 살아 있는 영혼과 신의 세계에 대한 켈트문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아홉 살 때 어머니께서는 "신이 우주를 만들었다면 신은 누가 만들었을까?" 질문했는데 나는 평생 이 화두를 들었다. 원불교를 알기 전 오랫동안 영혼에 대한 나의 통찰은 명확해졌다가 다시 표류했다. 10대에는 선불교를 포함해 다른 종교와 철학에서 진리를 찾고자 계속 노력했다. 그러다 원불교 교당이 집 주변에 있음을 알게됐다.  결국 '법의 배를 저어가라는 의미'의 '사공(沙工)'이라는 법명까지 받게 됐다.
 
우주에 대하여(Universe)
나는 아버지가 열반하기 전 우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일체중생과 우주만물이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구공하면서도 구족한 한 포태에서 생성된 별에서 태어났다. 

이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38억 년 전의 동일한 '시공간의 상태'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상대성이론의 시점이건, 현대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죽과 같은 비정형 상태이건 모든 것이 존재하면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빅뱅이라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전 우주가 이 시점에서 생겨나서 오늘날과 같은 상태로 확장됐다. 우리는 이 우주 안에 있기에 과거의 그 상태에 있는 것이다. 빅뱅이라는 사건 안에 있으며, 빅뱅의 파편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우리가 그 파편이며, 빅뱅의 산물 일부를 숨쉬고 있다. 

천체물리학자인 동료가 최근 나에게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대폭발로부터 38만 년 이전의 빛은 볼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태초의 뜨거운 우주에서 빛은 계속해서 방출되고 흡수되기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언젠가 우리는 한 형태의 개연성 있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며 따라서 훨씬 이전에 일어난 일을 알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은 긴 파장을 가진 중력파이며, 이 파장은 태초의 우주의 뜨거운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빅뱅 이후 1조 분의 1초의 일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상쾌하면서도 흥분되는 일이다. 그 시점 또는 태초의 비정형 상태를 지나서 공과 만유는 매 순간 존재한다. 물질의 개벽 그리고 뒤따르며 가속화되는 물질화된 세상은 매우 흥미롭다.

태초 후 38만년 시점에 우주는 전자가 양성자에 붙들릴 정도로 냉각돼 빛도 다시 흡수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제 우주배경을 사진 찍을 수 있게 됐다. 태초 후 2억년 시점에(136억 년 전) 최초의 별들과 은하가 형성됐다. 이들의 빛은 2020년에 가동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적외선 촬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 관찰과 증명으로부터 우리는 팽창하는 우주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물질은 우주의 약 5%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5%는 매우 흥미로운 5%이다. 우리는 생명이 무엇인지,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고 있다. 1992년 이전에 우리는 태양계 밖에 행성이 있는지 증명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 별들보다 정말 많은 수의 행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천체생물학·우주생물학이라고 불리는 과학의 영역과 연계해 우리는 생명의 흔적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는 화성이 지구와 유사하게 계절별로 오르내리는 메탄방출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달은 우리를 계속 놀라게 하고 있으며 우리는 달의 비밀을 밝혀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에 부가된 것은 우주의 일반적 물질과 에너지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육안, 망원경 또는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우주의 나머지는 25% 이상 암흑물질과 70% 가량의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우리는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추정만 해 왔으나, 2019년 4월, 블랙홀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관측결과 거대한 중력의 블랙홀이 모든 은하의 중심에 존재한다는 이론을 지지해 주었다. 아주 작은 것을 포함해 다른 크기의 블랙홀들이 존재한다는 이론들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블랙홀은 물질을 방출하고 물질을 다시 에너지로 변환시키며 물질들을 자신의 거대한 중력의 깊이와 힘 안으로 흡수한다. 이 블랙홀의 이름은 '포웨히(powehi)'이다. 고대 하와이어로 '불가사의한 어둡고 끊임없는 화려한 창조'란 뜻이다. 일원과 마찬가지로 포웨히는 모든 층위의 존재의 중심에 그리고 끊임없는 새로운 시작과 창조가 일어나는 사건의 지평선에 있다.

트리코홀리즘, 삼위일체 일원 Tricoholism, The Trinity- Il Won
우리는 우주와 세계, 자신을 더 깊숙이 알게 되면서 잠재성의 충만함을 점점 더 이해하게 됐다. 물질·에너지·의식(영기질)모두 우주를 거느리고 관통하는 그것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어떤 수준에서는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것들조차 연결돼 있다. 우리는 양자수준의 복잡계를 관측하기 시작했다. 물질과 달리 에너지와 의식은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것은 명상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이를 문화와 종교에서는 '인접한 영원'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시간은 세속적 의미의 것과 대비해 고차원적이다. 고차원적 의미의 시간은 세속적 의미의 삶이 14년이건 140억년이건 14겁이건 그것을 충만하게 만든다. 모든 존재는 연결돼 있다고 할 때, 큰 것으로부터 작은 것, 그리고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으로 나아가는 위계 모두에서 의존성이 존재한다. 70억 인구가 이 지구상에 사는데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보여지는 모든 것은 물질과 에너지와 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로부터 우주 그리고 가능한 다른 우주를 총괄하는 이 세가지 영역의 전개는 고대 그리스의 개념인 '트리코홀리즘'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대종경〉 변의품 5장에도 언급돼 있다. 생명이 있는 존재에 있어 의식은 에너지를 생동케하고, 물질을 생동케 한다. 우리는 물질이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의도와 행위는 에너지와 의식을 반영한다. 진심과 탐심에 의해 촉발된 의도와 행위는 제한된 영향을 가지며 지속되는 성장을 가져올 힘이 없다. 소유와 에고와 같이 진심, 탐심, 악한 의도에 바탕한 행위들은 점차 약해진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작은 것이고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비와 관용, 무아에 의해 발현된 의도와 행위들은 끊임없이 성장과 영향을 가져올 능력이 있다. 

〈대종경〉 교단품 13장 말씀과 같이 목적이 더 원대하고 이기심이 적을수록, 그 영향력은 더 커진다. 감사, 수양, 연구 그리고 자비는 이러한 원리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을 고양시켜준다. 에고가 의식적으로 제거될 때 더 큰 의식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우주를 생성하고 여여하게 존재하며 모든 것에 편만한 하나자리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놀라운 순간에 살고 있다. 바로 개벽의 순간이다. 이것이 정신개벽으로 완전해지길 염원한다.

일원은

모든 것을 거느리되 
아무것도 붙들지 않으며
변화하고 변화되는 것을  초월하고 
업(業)을 초월하고 
요란함과 애착을  초월하고
고와 낙을 초월하며
마음을 통해 알게 되고
사랑을 통해 경험되며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우나 
자유롭게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공과 만유를 서로 이으며   
매 순간, 매일 매일 
그래 왔고, 그러하며, 그렇게 될
법신불 사은-아일랜드어로 
베일 오 디아 오르트-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 

시/원사공

[2019년 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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