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 교화성장에 매달리지 말고
전무출신 훈련 가풍 진작해야

[원불교신문=정도연 교무] 요즘 교화성장을 위한 전 교단의 바람과 열망은 그 어느 때 보다 강하다. 교화하는데 가장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가 생각해 볼 때 그것은 교화를 위한 기술도, 프로그램도 아니다. 오히려 미래 교화의 방향과 비전을 다시 점검하고, 전 교역자가 훈련하고 수행하고 교육하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더 빠른 교화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원불교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많은 교당을 세우고, 외관을 화려하게 조성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일이 원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 된지는 이미 오래다. 
진정한 힘은 바로 수행, 훈련에서 비롯된다. 교단의 불협화음이나 교화침체도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모두 이 훈련과 수행의지의 결핍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묵묵히 수행하고 열심히 훈련하는 교무님이 존경받고, 그러한 분위기가 정착되는 일이야말로 원불교의 목표여야 한다. 

지금까지 원불교가 교화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미래의 원불교는 질적 전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그 전환의 고리만이 원불교를 창조적으로 가꿀 수 있는 힘이다. 그것은 전무출신의 수행의 힘에서 나온다. 원불교가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전무출신들의 '훈련과 교육'에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 사회, 혹은 교단에 만연된 개인의식과 갈등도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정기훈련 11과목과 상시훈련 심화로 구성원의 마음이 날로 깊어지고 성숙하면 다양한 갈등 요소는 더디더라도 제대로 치유되고, 모든 구성원이 자연히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이 삼학수행을 통해 정신적인 영적 자질을 함양한다면 교육은 내적, 외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종사님 당대 전무출신들은 동·하선 3개월간씩 1년이면 반절 이상을 철저한 훈련을 하며 보냈다. 그에 따라 정기훈련이 바로 상시훈련으로 이어지고, 교화력으로 나타나 공부와 사업과 교화가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3개월로, 한 달로, 이십일로, 보름으로, 급기야 일주일로 줄어들면서 정기훈련이 점점 쇠퇴했고, 그와 맞물려 상시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의 경우 지금까지 수행자들이 동·하 3개월씩 안거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을 볼 때 원불교도 정기훈련의 전통과 정신을 살려내 속 깊은 훈련문화로 성숙 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불교는 수행중심의 종교라고 치부 할 수 있겠지만 생활과 수행이 둘이 아닌 원불교는 자칫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일지 모른다. 

따라서 일하고 사업하는 사람도 인정해야 하지만, 정진하고 독공하는 사람도 수용해야 한다. 지금은 성과위주의 물량적 사고보다는 정신영역을 확장하고 영성을 함양해 내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다. 

"이제 사업 그만하고 정말 공부하고 싶습니다. 훈련 좀 시켜주세요." 모 교도의 토로이다. 이는 교도 자신의 갈증만이 아닌 교무를 향한 시대적 요청임이 분명하다. 

최근 교단은 내년부터 전무출신 정기훈련 기간을 1주일에서 10일로 늘려 내실을 강화하고 교화 핵심역량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훈련의 내용을 심화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을 듯싶다. 전무출신에게 있어 훈련과 교육은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자 교화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의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떤 고뇌를 하고 있는지,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고, 피상적인 정책이나 법규만을 고집한다면 동상이몽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무출신훈련 전반에 걸쳐 제대로 된 연구가 선행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훈련의 양적, 질적 변화를 시도해도 늦지 않다.

[2019년 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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