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한결 이경우 대표 변호사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연일 무더워지는 날씨 속에 뜨거운 태양 아래 일하는 동포님들의 은혜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 요즈음이다. 우체국 파업을 우려케 했던 집배원 과로사 사건으로 한동안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한 이슈가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익숙해진 '과로사'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이가 있다. 법무법인 한결 이경우(65·법명 덕우·한강교당) 대표 변호사. 광화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교보문고 빌딩 16층 법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대 법대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1985년부터 시작된 그의 변호사 경력은 어느덧 35년이 다 되어간다. 인권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는 1987년 결성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후 민변)'의 창립회원이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사회의 격양 속에서 발생한 많은 시국 사건 변론에 관여했고, 한편으로 노동 관련 시민단체에 관여하면서 근로자들과 울고 웃으며 고락을 함께했다.

 

과로사 개념 국내 첫 도입
군종 승인 결정적 역할
원불교 인권위원회 창립
서울법조인회 창립 회원

직업병 이환자가 900명이 넘고, 사망자도 230명이 넘는 최악의 산재 사건이었던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을 맡아 몇 년의 투쟁 끝에 1988년 산업재해 인정을 받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의 성과를 얻어냈던 그다.

"누구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과거 민변 활동을 하던 때가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들었을 때였지만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조그만 시민단체를 이끌면서 관할 관청을 찾아가 대책을 요구하고 관철시키기도 하며, 그로 인한 제도의 변화로 많은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갈 때 큰 보람이었어요."

1993년경 서강대에서 한국과 일본 노동자 보건을 위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과로사'라는 말은 일본에서 나온 것인데, 당시 일본에는 그러한 이슈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이 변호사가 최초로 과로사 개념을 도입해 유족급여의 신청과 승인 사례, 법원의 판결 등의 통계를 분석해 세미나에서 보고했다. 

"세미나 후 과로사 상담센터를 설립해 상담을 시작하면서 공중파 뉴스에 출연해 설명하고, 이것이 계기가 돼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바뀌고, 많은 과로사 소송이 제기돼 산업재해 근로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게 된 것이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그는 현재 노동부 법률 고문, 법제처 법령해석 심의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단적으로는 2003년 '원불교 인권위원회'를 창립하고 인권위원장을 맡았으며, 2004년 '원불교서울법조인회'를 설립하는데 산파 역할을 했다. 변호사로서의 그의 전문성은 교단의 중요 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2006년 원불교가 군내 병적편입대상 종교로 선정돼 개신교·가톨릭·불교에 이어 원불교 군종장교의 문을 열게 된 데는 그의 숨은 공덕이 있다.

좌산상사의 염원으로 당시 군종장교의 대상을 '목사, 신부, 승려'에만 한정했던 병역법을 개정하는데 성공했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원불교 교도 수나 군내 신도 수가 규정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원불교 군종에 거부 처분을 내렸다. 좌산상사는 서울법조인회에 이를 돌파할 법리적 지원을 요청했고, 이때 국방부의 거부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서를 작성해 원불교 군종 승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어찌다행 이 회상과 인연이 되었을까. 결혼 직후 1984년 입교를 한 그의 연원은 특별하게도 대산종사였다. 입교하던 해 가을 대산종사가 삼동원에 머무를 때, 마침 시간이 된 그가 대산종사 바로 옆방에서 기거하며 한 달 여간 대산종사를 가까이 친견할 수 있었다. 원불교도 잘 모르고 대산종사가 어떤 어른인지도 잘 모르던 때였다. 

"10년간 연말마다 다녀가라는 말씀을 받들어 대산종사님을 찾아뵈었어요. 신정절 법회에 참석해 신정법문과 부연법문을 들었던 것이 제 신앙 생활의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난 배려와 사랑을 해주신 것이 느껴집니다." 큰 은혜에 어떻게 보은할까 늘 화두 삼는다는 그는 현재 서울교구 청운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대산종사가 청운회 활동 지침으로 내어준 세계평화 4대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변호사 활동의 정리를 준비할 시기에 선 그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노동 분야를 전문으로 일해 왔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노사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난제입니다. 노동자의 위상도 예전과 달라져 일방적 불평등으로 보기만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노사 상생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까가 화두입니다." 남은 기간 노사 상생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 광화문 광장에는 집회가 한창이었다.

[2019년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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