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비티 김경환 대표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한라에서 백두까지 기술로(Halla-Baec kdoo Technology)'를 모토로 한 기업 ㈜에이치비티의 김경환(법명 정상·성동교당·58) 대표를 만났다. "업계에서 기술력 하면, 딱 떠오르는 회사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호탕한 기개에 어울리는 김 대표의 유쾌한 미소가 인터뷰 내내 좋은 기운을 전한다.

한양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1986년 외국계 콘크리트 화학혼화제 회사에서 일하게 된 그.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내가 하는 일이 외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이 마음에 조금 걸렸어요. 그러다 선진기술을 가져다 국내에 전하는 역할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다국적 기업이라 조금만 신경 쓰고 노력하면 많은 선진기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2004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며 기술을 쌓아온 직원 8명이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당시 외국 기술에 의존해왔던 콘크리트 화학혼화제 분야의 제품 개발을 위해 힘썼다. "다들 이 분야에서 30년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2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원자력발전소에도 제품을 납품했지요." 당시 전 세계 유수 업체들이 아랍에미리트의 까다로운 실험규격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통과된 업체는 ㈜에이치비티가 유일했다.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자체 특허 23건과 건설신기술 1개 등을 보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이치비티에서 생산되는 콘크리트 화학혼화제는 전국 레미콘회사와 대형 건설공사 현장을 비롯해 시멘트 2차 제품 생산회사에 골고루 납품되고 있다. 또한 국내 원전 건설현장과 화력발전소, 대형 플랜트 기초시설에 쓰이는 무수축 그라우트재 대부분이 이 회사 생산 제품이다.

고1 때 사촌을 따라 김천교당에 나갔다가 다른 종교에 포용적인 원불교에 매료돼 교당 생활을 이어오게 됐다. 그는 교당학생회 회장을 거쳐, 한양대학교에 입학해 한양대 원불교 동아리를 창립할 만큼 원불교에 대한 애정이 깊다. "고3 때도 한 번도 교당을 빠진 것이 없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혼자서 좌선도 하고, 기도도 했던 김 대표는 출장이 있을 때도 교전을 들고 가 하루에 꼭 2~3쪽씩 읽으며 마음을 챙긴다. 그는 원불교에 다닌 덕에 기업을 경영하며 부딪치는 다양한 경계상황에서 상처받지 않고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우리가 납품하기로 결정이 다 됐는데, 경쟁사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결과를 뒤엎은 적이 있어요. 주변에서 신고하라고 하고, 당신도 빽 좀 쓰라고 하고 말이 많았어요. 평소 운전하며 법문을 많이 듣는데, 그때 마침 대산상사님 법문을 듣다가 누구와도 척지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에 서로 물고 뜯어서 좋을 것이 무엇이냐. 사필귀정이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비우니 많이 편해졌어요."

 

화학혼화제 분야 기술력 탁월
동포 보은의 기업·상생경영

회사를 운영하며 거래처 상황이 어려워져 미수금이 발생할 때도 그는 돈보다 사람을 택했다. "미수금이 1억2천이었는데, 상대방이 재산도 없고 갚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계속 재촉을 해 봤자,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방법 외에는 없겠다 싶었죠. 그래서 전화가 오면 빨리 다시 성공하시라고 격려했어요." 그의 배려 덕분에 7년 만에 미수금이 다 상환이 됐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돈에 끌려갔으면 서로 원수가 되었을 텐데, 항상 우리를 고맙게 생각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 고교시절부터 믿어왔던 종교의 힘인 것 같아요."

동포은에 보은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나눔 경영의 철학 아래 공장이 자리하고 있는 충주지역에서 충주교당이 운영하는 은혜지역아동센터에 후원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 재직 기간별 특별 보너스 지급, 직원 직무교육, 각종 학회 참가 등록비 지원 등 직원복지에도 힘쓰고 있다. "300억 매출을 내던 기업이 투자해서 500억 정도로 매출을 높였는데, 나중에 보니 경쟁 업체 2개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당장 다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직원복지로 돌렸어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일은 없으면 해요."

혼자만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경영을 하고 싶다는 그의 핸드폰 바탕화면에는 일원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6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120여 계단을 오르며 출근길에는 일원상서원문을, 점심 먹고 올라올 때는 염불을 외운다. 차에서도 시동을 걸고 기다리며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을 외우고 운전할 때는 법문을 듣는다.

"원불교가 생활 속에서 체화돼, 누가 봐도 한 걸음, 한 걸음 뛰는 게 원불교인으로 보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직원들에게 늘 '지금 이 순간 이 생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도록 살자'고 당부하는 그의 바람은 죽을 때 웃으면서 죽는 것. "매일 웃으려고 해요. 그래야 죽는 순간에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기운을 전하는 그의 미소가 그토록 자연스러운 이유다. 

[2019년 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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