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동대전교당 감사교도 3인방. 경타원 서경연(84)교도, 평타원 장도인(83)교도, 덕타원 채신오(76)교도가 한 자리에 모였다. 
큰 언니, 둘째, 막내의 개성 다른 외모만큼 ‘감사일기’의 서체도 내용도 길이도 다르지만, 마음 맞춘 듯 똑같은 하는 말이 있다. ‘감사일기 쓰면 감사할 일이 많다’는 것.  감사할 일이 많아지니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는 이들에게 ‘속상하고 힘든 날도 많을텐데요’라는 말을 건넨다.

내심 ‘감사일기를 쓰고 싶지 않은 날도 있겠지’싶은 심술궂은 마음이 발동해 던진 역공. “아픈 데가 많아서 병원에 입원하고 그럴 때는 못 쓰는 날도 있었지요” 고관절과 무릎 등 여러 번의 수술을 해야 했던 큰 언니 서경연 교도는 ‘꾸준히 쓰지 못한’ 미안함을 앞서 고백한다. “지금은 몸이 마니 아파서 빼먹고 안 쓴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 감사일기를 쓰기도 해요. 그러면 마음이 아무래도 안정되지요.”


전직 교사였던 서 교도가 정갈한 서체로 써 내려간 감사일기 장에 눈에 띄는 것이 또 있다. “경타원님, 80평생 부려 쓴 육신이 이제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래도 불공 잘하셔요.” 일기장 마다 적혀 있는 교무님의 응원과 격려. 그 고마움에 보답하는 마음이 감사생활의 큰 원동력이 된다. 


“볼 것도 없고 글씨도 못 생겼는데 어쩔까요.” 3인방 중 둘째인 장도인 교도. ‘틀린 철자도 마음에 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도 부끄러워’ 선뜻 일기장을 내놓지 못했던 그가 감사일기의 장점을 쭉 이어놓는다. “처음 감사일기를 쓸 때는 ‘이럴 걸 써도 될까’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감사일기를 써보니 감사한 일이 참 많아요. 글씨가 안 예뻐서 그렇지 감사일기 쓰는 것이 참 좋아요.” 


감사한 일이 많아서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해지니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는 그는 ‘안 예쁜 글씨체’로 쓰는 감사일기를 하루도 거른 날이 없다. “힘든 날은 ‘감사합니다’라고 한 줄이라도 써요. 성격이 꼼꼼해서 무슨 일을 할 때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는데, 감사일기를 쓰면서 생각이 마니 짧아졌어요.” 


둘째 장 교도의 말 끝을 막내인 채신오 교도가 잇는다. “언니는 아저씨가 계시니까 생각할 일이 많고, 오히려 감사일기 쓸 것이 많지. 우리는 부닥칠 일이 없으니 감사할 일이 적어.” 일상 속 경계가 마음공부거리고, 감사거리임을 에둘러 말하는 채 교도는 감사일기를 쓰면서 신앙생활에 변화가 있다고 전한다.  


“복지관 나가서 봉사활동 한지 오래 됐어요. 식사 봉사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빨래와 청소 등 가사조력 봉사도 하는데, 감사일기 쓰면서부터는 표 없이 다니고 싶어요.” 건강한 몸으로 봉사활동 할 수 있음이, 자신에게 더 감사한 일임을 깨닫게 된 채 교도. 그렇게 표나지 않는 봉사활동을 그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동대전교당 서경연·장도인·채신오 교도. 3인방의 일상 속 행복이 감사일기에 오롯하게 담겨있다. 

 

경타원 서경연 교도 감사일기
· 오늘은 동지. 팥을 사다 팥죽을 끓여 일곱 집을 공양했다. 감사한 은혜 조금은 갚은 듯하다. 감사합니다.
· 몸이 아파 집에서만 끙끙대는 나. 국수 나누기 하시는 봉공회원들 얼마나 힘드셨을까. 감사합니다.
· 큰 애에게 만원을 부쳐주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잘 한 일들이 생각나 복을 빈다. 감사합니다.
· 북과 미국이 서로 회담하는 날이 돌아온다고 시끄럽다. 평화가 오려나보다. 감사합니다.
· 감상담 발표를 나에게 집중하여 적극 반대는 못하고 어떻게 할지 열심히 궁리해보자. 감사합니다.
·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날이 기도 염불하고 사은의 은혜에 보은하는 보은자가 되자. 감사합니다.
평타원 장도인 교도 감사일기
· 수영장에 가서 수영하고 물이 따뜻해서 고마웠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도 하고 하루를 즐겁게 지냈다. 감사합니다.
· 경로당의 패지를 모아 판돈이 오만9500원이 모여졌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세 달 만에 많이 모여졌다. 감사합니다.  
· 충대병원 류마티스 약을 타오고 당뇨약도 타왔다. 이렇게 걸어 다니니 감사합니다. 
· 남편이 반찬거리를 사오시어 깨끗이 씻어주셨다. 감사합니다.
· 하루하루 하늘 곳간에 쌓인 죄복을 잘 살펴서 복락이 얼마나 쌓였고 죄업이 얼마나 가벼워졌는가를 늘 챙기며 살아야겠다. 감사합니다.

 

덕타원 채신오 교도 감사일기
· 복지관에 가서 점심식사를 도와주고 밑반찬 봉사를 재미있게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압력솥이 고장이 나 서비스센터에 들려 걸어오면서 건강운동이라 생각하니 감사합니다.
· 남편 3주기에 무사히 아이들이 왔다 갈 수 있어 감사합니다. 
· 김치 담글 고추를 만원주고 빻아다가 냉동실에 보관하고 나니 마음이 한가찌다.(한갓지다) 감사합니다. 
· 엊그제 말복이 지나서 그런가 저녁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감사합니다.
· 낮잠도 실컷 자고 경전도 많이 쓰고 소태산마음편지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