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 대한 관심 더 높아져
모든 교도 책임감으로 실력 쌓아야

김정선 교도

[원불교신문=김정선 교도] “죽고 나면 그만이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되든 알게 뭐야?”, “교당에 가는 거 딱 질색이야, 어딘가 조직에 들어가서 매이는 거 싫어” 자유로운 영혼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자기랑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종교생활은 하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 걷기명상을 하거나 사경을 하거나 요가 등 자기수행을 하고 있다. 

과연 10년, 20년 후 교당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과 같은 법회의 모습이 남아있을 것인가? 종교 신자 감소는 비단 원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 경향이다. 사람들의 인지가 발달되고, 과학문명이 발달되면서 종교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던 영성의 세계를 종교가 아닌 곳에서도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0여 년 전 앉을 자리가 없던 교당의 모습이 지금은 원로들의 열반과 다양한 이유로 자리가 성성하다. 한 명의 교도를 데리고 오는 일도 수월한 일이 아니지만 입교한 교도가 신심이 나서 법회에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 길에 들어서는 것은 더 어려운 일 인것 같다. 교당은 바쁘고 분주하다. 그나마 교화단법회가 있어 결속도 되고 단원들의 세정도 알 수 있어 서로의 공부를 챙겨줄 수 있어 다행이다. 최근 교당에서도 그렇게 바라던 ‘선방’이 생겼다. 소수지만 원하는 사람에게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몇 년 전 큰 경계를 당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선을 하면서 평탄할 거 같은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는지 성찰하는 시간들이 생겼다. 공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입학했고, 단전주선을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는 기회도 갖게 됐다. 

30여 년 교육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기에 속한 분들 가운데 원불교 교도는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있을 뿐 거의 기독교나 가톨릭 신자들이다. 그 중 존경받는 가톨릭 신자 한 분이 최근 손녀딸을 용인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내려 하는데 그곳이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라 며느리가 지원을 안하겠다고 하자 그 분이 거꾸로 적극 권유하여 입학을 추진하게 됐다. 

그분 말씀이 “내가 아는 몇 분이 원불교를 다니는데 그러한 심법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운영하는 학교면 충분히 믿고 맡겨도 된다”고 말을 했단다. 최근 한 모임에서 워크숍을 가는데 ‘명상’을 배워보고 싶다며 나에게 아침명상과 요가를 지도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자율적으로 원하는 사람들만 하기로 했는데 10여 명이 나왔다. 함께 일출을 보고 산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감사명상을 하고 조용히 행선을 하며 선방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작은 경종소리를 시작으로 단전주선을 시작했다. 이 모임 이후 명상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정례화하게 됐다. 종교는 다르지만 이 고요한 수양시간의 매력에 모두가 일치됐다. 

탈종교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영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호재이다. 그럴 때 자신 있게 원불교 선법을 지도할 수 있는 재가교도가 몇이나 될까. 일반인들이 교당에 가거나 교무에게 선 지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는 어렵다. 이제 교화는 교무들만의 몫이 아니다. 모든 교도가 교역자라는 책임감을 갖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원불교의 수행법인 단전주선과 무시선법을 알려주고 감사와 보은의 신앙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소태산 대종사가 이루고자 했던 낙원세상을 만드는 일이 훨씬 빨라지지 않겠는가.

/신촌교당

[2019년 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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