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 기자

지난 5일 경북 성주 소성리 진밭 평화교당의 평화기도가 천일을 맞았다. 평화기도가 막상 시작되었을 때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7년 2월 말 국방부는 롯데그룹 측과 사드배치를 위한 성주골프장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하면서 달마산 일대를 군사보호시설 구역임을 알리기 위해 철조망 울타리공사를 완료하고 골프장 입구와 진입로에 천여명의 군과 경찰 병력을 배치해 주민들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진밭교에서 평화기도가 시작된 2017년 3월11일. 나는 그로부터 6일 후 취재차 현장을 찾아 함께 철야기도에 동참했다. 진밭교 중간 즈음에 젊은 경찰 여럿은 철통같이 방어를 하며 누구도 절대 통과시키지 않았다. 처음 진밭교 평화기도를 시작했던 강은도 교무는 그날도 돌아가야할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과감히 포기하며 경찰들과 대치하다가 밤이 되자 진밭교 위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김선명 교무를 비롯해 김천과 소성리 등지에서 촛불집회와 평화기도로 행동에 나섰던 김천·성주 시민 몇몇이 함께 철야기도를 올렸다. 그때는 서로가 잘 모르기도 해서 꽃샘추위로 몹시 추운날 덜덜 떨면서 한사람씩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진행 측에서 나눠줬던 핫팩은 어림도 없었다. 그때는 천막을 세우기 전이였기에 추위 속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철야기도를 했었다.

평화기도 천일 회향식에 참석한 소성리 할머니들은 하염없이 고맙다는 말을 거듭 이야기했다. 사회적 이슈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어느덧 멀어져버린 소성리의 고통과 애달픔을 원불교는 곁에서 천일동안 함께했다는 것에 대한 숨김없는 마음이었다. 소성리 주민들도, 김천 시민들도 원불교 교리나 정산종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천일이란 시간동안 진심으로 함께했던 시간들은 절대 잊지 않는다. 이것이 사람 마음이다. 성주성지를 지키는 일은 우리들의 일이기도 하지만 성주·김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일이기도 했다.

굳이 교리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신심을 강조하지 않아도 원불교 또는 교무님은 이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존재들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다름아닌 동사섭(同事攝)을 실천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친구도 내가 어려운 경계를 당했을 때 돕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마법사가 호랑이를 불러냈더니 그 호랑이에게 잡혀먹어버렸다는 어느 학자의 아이러니한 예화는 도그마(dogma) 현상이나 자본주의식 경영 딜레마에 빠진 오늘날 종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어느 종교든 그 시작은 민중의 고달픔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소태산이 조선불교를 혁신한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진밭 평화교당의 천일기도에서 종교의 근본 역할에 대한 깨달음을 얻자.

[2019년 1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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