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종법사는 ‘신성으로 공부합시다’라는 법문으로 원기105년을 열었다. 재가출가 교도 모두의 공부 진작을 위한 간절한 부촉이고 세상 모든 수행자들을 위한 지침의 말씀이다. 신년법문 대부분은 대종경 신성품 1장과 대산종사법어 법위편 34장의 스승님들의 말씀으로 채워져 있다. 특별히 덧붙인 내용이 없는 신년법문에는 종법사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신성으로 공부하겠다는 다짐과 우리 모두 그렇게 하자는 당부의 심경이 담긴 듯 하다. 100여 년 전 소태산 대종사가 제자들을 향해서 설했던 가르침을 신년 벽두에 다시 설하는 교단 최고지도자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헤아리며 바른 신성을 세우기 위한 감상을 나눠본다.

우리 각자의 구사고행상(求師苦行相)을 점검하자. 열여섯 살 소태산이 보여준 간절한 구사고행상과 주세불 소태산을 찾아 모시기 위한 정산 종사의 구사고행상은 모든 수행자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대산 종사의 스승 구하기 역시 특별했다. 대종사를 은사부, 심사부, 법사부로 모시고 그 밖에 4대 성인을 비롯한 스승들을 인도사, 초도사, 발심사, 신심사, 입지사, 불교사, 유학사 등으로 모셔왔음을 자주 밝혔다. 스승은 하나라는 고정관념을 단숨에 파해버렸다. 이러한 위대한 스승을 뒤따르는 우리들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어떤지 돌아보자.

스승이 없는 세상이라고 한다. 신성품 1장과 같은 법문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말도 흔하다. 과연 그럴까. 세상이 아무리 혼탁한 말세라고 해도 늘 구세성자는 때를 따라 출현했고, 그들의 뜻을 혈심으로 이어간 조사들과 심통제자들도 늘 존재했다. 그들은 그렇게 법맥을 이어왔을 뿐이다. 스승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히려 간절함이 부족한 제자들의 탓이 아닐까. 작은 지혜를 내려놓고 끝없이 낮아지는 겸손함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죽는 날까지 소자(少子), 소제(少弟), 소동(小童)을 자처했던 대산종사의 신성을 우리 모두의 것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또한 우리 공부는 반드시 스승의 도움을 받아야 함을 명심하자. 상시훈련의 한 축인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에는 지도인의 존재가 전제되어 있다. 문답·감정·해오의 공부를 하려면 먼저 스승을 모셔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와 같이 위대한 스승을 마음에 모시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내 심신작용과 공부를 감정해주는 살아있는 스승을 모셔야 한다. 그래야 지금 여기서 자타력을 병진하는 원만한 공부를 진척시킬 수 있음을 유념하자. 스승이 보이지 않으면 중근임을 자각하자. 도가의 법맥은 돈, 명예, 지식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명심하자. 초발심의 풋풋한 신성으로 돌아가자. 원기105년 새해는 신성으로 열어가자. 

[2020년 1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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