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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 선진 영농기술 앞장선 “백합 박사”
[전문인] 선진 영농기술 앞장선 “백합 박사”
  • 최지현 기자
  • 승인 2020.01.15
  • 호수 19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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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아직은 찬바람이 으스대는 겨울이지만, 꽃 시장은 좀 더 이른 ‘봄’을 맞는다. 완주군 봉동읍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둥근 돔 형태의 비닐하우스들이 줄을 잇는다. 서정길 80번지에 위치한 청운농원은 이기성(법명 기원·봉동교당) 대표가 36년간 꿋꿋이 지켜온 ‘꽃동산’이다. 1~2월은 “순결, 변함없는 사랑” 순백색 구근식물인 백합의 수확철이다. 출하 준비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5일에 만났다. 

“13,619㎡ 자동 온실하우스와, 2,909㎡의 단동하우스로 구성된 ‘청운농원’은 저의 땀과 눈물의 결과물입니다. 전북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화훼 산업 외길만 걸어 온지 36년이 됐네요.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이제는 ‘백합 박사’, ‘화훼전문경영인’이라고 불러줍니다.”

청운농원은 백합을 주 작목으로 하고, 튤립, 칼라, 히아신스 등 약 10여 종의 꽃을 재배하고 있다. 출하는 양재동 화훼공판장·고속터미널 경매, 완주로컬푸드 등으로 나가고 이외에도 10만 본 정도의 백합 품종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백합과 튤립의 가장 많은 소비기간은 졸업시즌인 1~2월과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 등이 있는 행사시즌 (4~5월)입니다. 백합의 경우 메두사(분홍색), 엘로인(노란색), 시베리안(하얀색), 쉐라(분홍색) 등 4종이 재배됩니다. 지금은 흔히 ‘카라’로 많이 알고 있는 ‘칼라’ 꽃 출하를 하고 있습니다. 칼라는 부케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꽃이자 조의 관장식에도 사용합니다. 인생의 시작과 끝에 사용하는 의미 있고 특별한 꽃이지요.”

국내 백합 수출산업과 백합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에 힘을 쏟아온 이기성 대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대통령 표창, 2007년 ‘신지식 농업인장’, 2017년 농립축산식품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올해는 전북도 새 농민회장과 사단법인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회장에 취임해 그의 책임감이 무겁다. 

“최근 경기침체가 심각해 백합 수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북도 새 농민회장과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회장을 맡았으니 어깨가 많이 무겁지만 백합 농가와 화훼농장들을 위해 최상의 솔루션을 찾아내겠습니다. 요즈음 완주군 화훼연구회원들과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사랑의 꽃 나눔 행사를 해오고 있는데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꽃을 ‘불필요한 관상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생활 속 ‘꽃문화’ 정착에 이바지하려 합니다.”
 

오롯이 ‘꽃’길만 걸어온 그, 원불교를 만나게 된 인연이 무척 궁금해졌다. “어릴 때부터 불교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이지만 일을 하면서 불교학을 배우기 위해 전북 불교대학에 다니기도 했죠. 그러다 아내인 김은홍 교도를 만나게 됐고, 원불교 집안에서 자라온 아내를 따라 교당에 나가게 됐습니다. 교당에서 합창단 활동도 하고 교당 일이라면 무조건 1순위로 달려가는 아내를 잘 따라야 하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교당에 자주 출석하진 못하지만 늘 마음은 교당으로 향합니다.”

화훼농업이 천직처럼 보이는 이기성 대표이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그는 그동안의 어려웠던 일들과 극복과정을 글로 써내려갔고, 2003년 영농신문사 영농수기 공모에 당선됐다. 

‘1987년 정부로부터 1억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석달 가까이 야간작업을 강행해 1-2W형 연동하우스를 지었다. 준공식을 직후, 나의 운명은 밤새 내리던 눈발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눈은 석달 동안 피땀흘려 세워놓은 19,800㎡의 온실을 짓눌러 파이프가 엿가락처럼 휘거나 처참하게 꺾여버렸다. 나 역시 도피생활을 면치 못했다. 그야말로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다….’(영농수기 발췌)

온실이 무너져 모든 것이 물거품됐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990㎡를 복구해 ‘칼라’를 심었다. 그 이듬해 또다시 990㎡을 복구했고, 3년을 노력한 끝에 하우스 면적을 16,500㎡로 늘렸다. 그 결과 1995년 전북 완주군에서는 처음으로 1000만원 상당의 칼라를 일본으로 수출해냈고, 그 해 ‘이 달의 새 농민상’을 수상했다.

 “농업의 가장 힘든 점은 인력난에 시달릴 때 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일을 해내기가 힘듭니다. 그러던 중 첫째 아들(이강훈)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군 전역 후 화훼 전문가의 길을 걷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첫째 아들은 청운농원을 스마트 시대에 맞춰 다변화를 꿰합니다. 특히 인터넷 판매와 온라인 유통 개척, 다양한 품종의 병해와 색상 연구 등 선진국에 버금가는 첨단 화훼 농사의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인 이강원(원불교대학원대학교 2학년)은 출가를 해서 마음 수양을 쌓고 있으니 가족 모두가 행복합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선진 영농기술 교육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이기성 대표. ‘백합 박사’의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2020년 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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