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세가 거세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치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전파 속도가 빠르고 그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속하게 전세기를 보내 우한 지역 교민들을 국내로 이송해 격리 조치하고 적극적인 의료 대응을 하고 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례와 비교해 경제적 피해까지 산출해내느라 관련 기관들과 언론 매체들이 분주하다. 사태의 영향이 경제에 한하지 않고 삶 전반에 미치고 있고 그 범위는 가히 전 세계적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한다. 이미 그 위험성과 폐해에 대해 수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별다른 수를 찾지 못하자 가장 편한 방법으로 코앞에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것 같다. 일본의 선택이 이웃인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다. 처음 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긴 방사능의 반감기를 감안할 때 오염된 물이 바다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런 미증유의 사태는 인류에게 그 어떤 것도 우리 삶과 무관한 것은 없으며, 모든 존재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준다. 비단 감염병이나 원전 오염수 문제만이 아니라 북극 흰곰과 태평양 바다거북의 행복까지도 인간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현생 인류는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현재의 관점과 삶의 태도로는 현대 문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자각에 이르고 있다. 비록 이 깨달음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야 얻게 된 비자발적 깨달음일지언정 매우 소중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소태산 대종사는 모든 존재의 실상을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 즉, ‘은혜’의 관계로 파악했다.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과의 관계로 맺어져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명제로 압축해서 제시했다. 이와같은 소태산 대종사의 위대한 깨달음을 이제는 모든 인류가 ‘깨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민족, 인종, 국가, 종교의 울을 넘어서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인류의 평화와 행복이 불가능하다는 자각에 이르고 있다. 

세계 일가, 천하 일가, 시방 일가의 심법으로 살라고 한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느껴진다. 지금이 바로 한 집안 한 가족이 서로를 돕고 위하듯 일심합력해야 할 때이다. 거대한 경계가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재촉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용심법과 새로운 삶의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 경계 또한 공부와 보은의 기회로 삼자.

[2020년 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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