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점심쯤 교당에 가야겠다고, 입교 7년차 남편이 말했다. 이사하고 첫 법회를 못갔는데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었다. 아기를 꽁꽁 싸매 인적 드문 때 갔다오자는 남편, ‘이사도 했고요, 복직도 했고요, 몸살도 났고요, 아 맞다 세계평화도 기도해야지!’라며 룰루랄라 신났다.

교구와 교당들이 휴회를 하고 행사들이 연기됐다. 마트도 꺼려 배달시키는 판이니, 아쉽지만 안전할 때 건강히 만나는 것이 다행일터다. 원더키디가 날아다닐 줄 알았던 2020년 초반부터 보란듯이 너무도 아날로그하고 레트로한 ‘대면 바이러스’의 창궐이라니.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3개월여 만에 1만명이 사망한 미국은 10년동안 독감으로 몸서리를 앓아왔다. 아마도 물질을 이기적으로 오용했던 우리들에게 보내는 경고일 것이다.

한편으로 이 사태는 우리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혐오와 배척 가운데서도 우뚝 선 보편적 인류애나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의료시스템과 치안, 제 몫을 해내는 전문가들, 높은 수준의 국민보건 등이 다시 보이며 감사하게 된다.

이번 일은 우리에게 종교의 미래, 법회의 진화를 생각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신종코로나 이후 또다른 바이러스는 물론 환경재난 등으로 출석 위주의 신앙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꼭 무슨 일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미 출석이 어렵거나 불편한 이들은 진즉 떠났으니, 대한민국에 ‘종교가 있다’라는 답이 절반도 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확진자 두 명이 나온 교회가 60여년만에 일요예배를 취소한 뒤, 종교계 전반은 발빠르게 대안을 찾고 있다. 기존의 설교영상 공유를 넘어, 아프리카tv로 의식을 열거나 실제 참석한 것처럼 시청자 시각으로 찍어 보내주는 등의 온라인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음방송과 원불교TV 외에도, 우리에겐 행아웃교화단 같은 기특한 시도가 있었다. 화상채팅 서비스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한 법회를 보는 것으로, 설법 위주가 아닌 강연과 회화 문답감정 등 보다 적극적인 신앙이 가능했다. 최근 활기를 띤 유튜브 원불교 영상도 잘 활용할 보물이다. 김동국 교무의 동그리 브이로그는 특히 신입교도나 비교도에 특화된 고마운 콘텐츠로, 함께 보고 단톡방에서 감상을 나눠도 좋겠다. 

목요일 점심, 한적한 교당은 기도하기 좋았고 남편은 행복해보였다. 이렇게 오지 않고도 이 행복을 지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업무도 카톡으로, 쇼핑도 손끝으로 하는데 신앙이라고 꼭 몸가서 해야할리 없다. 손이 곧 머리요 심장인 시대, 내 손 안에 들어와야 내 종교인 세상이 이미 와있다. 지금 신종코로나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하는지 배운다.

[2020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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