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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물이냐 콘텐츠냐
[사설] 건물이냐 콘텐츠냐
  • 원불교신문
  • 승인 2020.02.19
  • 호수 19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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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유통기업이 오프라인 매장 700여 개 가운데 200여 개 매장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점차 커지는 적자와 유통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한다. 대형마트에 가서 쇼핑을 즐기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컴퓨터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쉽고 빠른 쇼핑을 하게 됐다. 전 세계의 상품들을 한 눈에 비교하고, 원하기만 하면 클릭 몇 번으로 태평양 건너의 물건도 며칠 안에 손에 넣을 수 있다. 가히 유통혁명이라고 할만하다. 이렇게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지구적 차원의 단일 시장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동영상을 클릭해보면 2년 전 작품인 <DNA>의 조회수가 9억 2천만 명을 넘고 있다. 아카데미 영화상 4개 부문 수상으로 한국영화 100년 역사에 위대한 이정표를 세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현재 수입액은 1억6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콘텐츠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사례들이다. 봉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인용해서 유명해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란 명언은 콘텐츠의 힘이 창의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콘텐츠란 내용이다. 껍데기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와 경험이 중요한 세상이 됐음을 상징하는 단어다.  이제 콘텐츠만 좋다면 그 유통의 어려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세상이 왔다. ‘법장사’를 하는 우리 교단의 ‘교화사업’은 어떤가. 교화환경의 변화 자체에 둔감하거나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구태의연한 사업 방식에 안주하고 있진 않은지 모르겠다. 

최근 교단은 대형 건축 불사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다. 앞으로도 낡고 불편해진 건축물을 개축하고, 새 교화 터전에 남들 보기에 버젓한 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은 지속될 것이다. 아직 세가 약한 신흥 교단으로서 최소한의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일은 교화 방편 상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의 배분이 과도하게 편중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기업의 경우 신기술 연구 개발에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다.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의 미래는 어디에 있고, 그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디에 얼마만큼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가. 

개교의 동기와 교단의 목적에 비춰 볼 때 과연 우리의 마음과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이런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해야 한다. 
잊지 말자. 소태산 대종사는 인류 구원의 창의적 콘텐츠 생산자였고, 광대무량한 낙원건설을 꿈 꾼 위대한 프로그래머였다. 

[2020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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