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원광신협 김낙환 이사장

2년 만에 경영정상화 기틀 다져
신협종합경영평가 우수조합상 수상
“작지만 알찬 신협, 꼭 만들겠다”

[원불교신문=이은전 기자] 경남원광신용협동조합(이하 경남신협)이 지난 2월 19일 신협중앙회로부터 2019년 조합 종합경영평가 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조합상은 성장성·수익성·건전성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조합에게 주는 상으로 경남신협은 부산·경남권 110개 신협 중에서 17위를 달성해 수상하게 됐다. 경남신협의 반가운 소식을 듣기 위해 김낙환(법명 정환·신창원교당) 이사장을 만났다. 

“최근 2년 동안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그 결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내년 정기총회에서 연속 수상 소식을 알려드려야 이번 소식이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는 경남은행 37년 정년퇴직 후 2018년에 전 이사장의 유고로 갑자기 경남신협 이사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 사정이 어려운 줄은 알고 있었으나 막상 깊숙이 들어와보니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거제, 통영 등의 조선업이 무너지면서 규모가 큰 대출 3건의 부실로 손실이 크게 발생해 있었다. 

“이 일로 2~3년 동안 조합원 배당도 못하게 되면서 자본이 많이 빠져나간 상황이었습니다. 물 흐름과 똑같이 배당이 없으면 고객은 떠나게 돼있거든요. 고심 끝에 군살을 제거하는 칼을 빼들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사장 포함 5명 전 직원의 월급을 삭감하고 부실 대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보완했다. 다행히 직원들도 어렵지만 고통 분담에 동참해 2년 만에 흑자경영으로 돌아서 2019년 기준 조합원 배당금 3.53%를 실현하면서 이번에 우수조합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경남신협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선순환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며, 정상화의 기틀을 더욱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사람을 중심으로 더불어 잘사는 금융’을 앞세우고 있는 신협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이보다 43년 앞서 교단 협동조합의 역사는 원기2년(1917) 소태산 대종사와 구인제자들이 함께 설립한 ‘저축조합’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당시 소태산 대종사는 회상창립 준비로 저축조합을 설치하고 근검저축·공동출역 등 새생활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원불교 창립 기금이 마련되고, 영육쌍전·이사병행 정신의 실천으로 생활종교로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한국 신협의 효시가 원불교에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신협 정신은 원불교 정신과 맞닿아 있어요. 이윤을 좇아 과욕을 부리는 금융은 반드시 과보가 따르게 돼있어요. 이소성대 창립정신으로 가야합니다.”

신협은 직장조합, 지역조합, 단체조합으로 나뉜다. 단체조합인 원광신협의 정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원불교 교도여야 한다. 원불교와 같이 인지도와 기초자원이 부족한 단체조합이 우수조합으로 성장하기란 매우 어려운 구조다. 그간 일반인들 사이에 신협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협은 IMF사태 이후 지금까지 퇴출 등으로 인해 예금주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전혀 없다. 이는 단계별 관리체제가 정립돼 있고, 만에 하나 부실이 발생해도 예금주에게는 피해가 전혀 없도록 자체적 해결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협의 영업정지로 인해 조합원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도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되고 3,000만원 비과세, 높은 이율 등은 제1금융권보다 유리하다. 

“원광신협은 원불교 자산으로 교단의 재화가 교단 내에서 선순환 돼야 함께 성장하는 동력이 됩니다. 원광어린이집과 같은 기관은 교단내 한 번 사라지고 나면 다시 살려내기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원광신협을 지켜내야 합니다.”

경남신협은 경영 손실을 크게 겪었던 지난해에도 봉공회, 여성회 등 경남교구 재가단체 활동에 7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주인인 신협은 이익이 나면 조합원 배당이 핵심이지만 사회문화활동 지원도 설립 목적 중 하나다. 

“현재까지는 아직 여력이 없지만 교구 재정 자립의 중심축은 신협이 돼야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신협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고 올해부터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구청 건물을 사용 중인 경남신협은 올해 연말 임대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현재 그가 설계해놓은 경영방침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부터는 월세를 설정해 교구 재정을 지원할 것임도 밝혔다. 

“오늘 아침 기도하면서 교단품, 회상 창립의 두 번째 조목인 ‘물질을 많이 혜시함’을 읽는데 확 와닿더라구요. 모든 활동은 재정과 직결돼 있는데 다른 종교에 비해 원불교는 재정자립도가 매우 약합니다.”

경영 정상화로 이윤이 창출되면서 월급 삭감으로 동참했던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때 본인만 제외시켰던 그는 내년에는 장학금·이웃돕기 등으로 2~3천만원 사회환원 노력을 하고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지역사회 환원이 곧 원불교를 알리는 일입니다. 작아도 알찬 신협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꿈입니다.”

[2020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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