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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 기고] 나쁜 감정은 없다, 중요한 건 ‘감정의 표현방식’
[마음인문학연구소 기고] 나쁜 감정은 없다, 중요한 건 ‘감정의 표현방식’
  • 김은진 교수
  • 승인 2020.03.25
  • 호수 19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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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은진 교수] 모든 감정들은 그들이 직면한 주어진 환경으로 주의를 돌리고, 행동을 바꾸게 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특정한 상황에 대응하는 준비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감정은 좋거나 나쁘거나 혹은 옳거나 그르거나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방식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의 감정들은 그저 그 감정 고유의 역할,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나의 감정 자동반응 패턴은
어떠한 감정을 경험할 때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선택하느냐가 유익한 혹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므로, 우리가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자동적 패턴으로 굳어진 “감정의 표현 방식”이다. 우리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감정표현 방식을 흔히 사용한다.

첫째는 ‘그대로 표출하기’이다. 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위험을 감지했을 때 싸우기 방어기제가 주로 작동된다. 의식적으로 싸우려고 해서 싸우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위협이 느껴지면 동물처럼 본능적,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오로지 감정만이 존재하고 이성적인 사고는 마비되며, 다양한 기억이나 경험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내 감정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전혀 관심도 없고, 내가 하는 어떤 말과 행동도 정당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런 감정표현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신은 화를 남김없이 다 쏟아 낸 탓에 속이 후련하고 뒤끝도 없을 수 있지만, 그 분노의 화살을 맞은 사람은 마음이 아프고 피폐해진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고통스럽다. 따라서 주변의 사람들은 이 사람을 위험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완전한 회피의 대상으로 삼으므로, 그는 당연히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전쟁터에서 적군과 싸우는 전시체제, 즉 전투모드로 일상을 살아가기에 자신의 건강에도 치명적임은 물론이다.

둘째는 ‘억누르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지 않고 참는 것이 적절한 감정조절, 마음공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우리의 부모들은 감정을 불편한 것, 억눌러야 하는 것으로 여겼고, 자신이 그랬듯이 자녀들에게도 감정은 통제하고 남에게 감춰야 하는 것이라고 교육해 왔다. 그러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양산한다. 또한 감정을 억누르는 자체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감정의 방향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게다가 이후 해결을 위한 에너지가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중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셈이며, ‘화병’과 같은 건강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힘든 이유는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저 몸이 아파서 힘들다고, 잠이 오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로 봐야 할 것은 신체적 증상이 아니라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다.

셋째는 ‘회피하기’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더 이상 떠올리지 않거나 일부러 관계없는 일을 생각하면서 당면한 문제 상황을 회피하는 형태로 감정을 다룬다. 하지만 회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없다. 내면으로부터의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고 나중에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우리의 행동을 정말로 면밀하고 깊게 따져 보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이 회피라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하게 되는데, 특히 자신의 진짜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일에 몰두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예컨대, 자신의 분노를 회피하고 일에 전투적으로 몰두하기도 한다. 죽기 살기로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은 무시한다. 또, 외로움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인정받으려고 한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아 단체나 사람에게 소속되려고 하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관심 없고 오로지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춘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최대한 갈등을 피하는 방향으로 일하려고 한다. 자신이 일을 도맡아서라도 갈등을 해결하길 원한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실망시키기 싫고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 자신을 희생한다. 하지만 일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진 성공하는 듯 보이나 결국엔 실패한다. 감정은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는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사람들은, 예컨대 감정적 문제가 생겼을 경우 상대는 대화로 이것을 풀고 싶어 하는데 자신은 불쾌한 혹은 편치 않은 감정을 직면하는 것이 불편하여 대화를 피하곤 한다. 감정을 더 증폭시킬까봐 두렵고 이러한 상황 자체가 싫은 것이다. 하지만 가짜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진짜 감정을 마주해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도 상대방과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는다.

물론 이와 같은 감정의 억제, 회피는 즐거움, 기쁨, 희열과 같은 좋아 보이는 영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너무 즐거운 내색을 하면 없어 보이겠지’, ‘지금 기쁘다는 것을 표현하면 나를 가벼운 사람으로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느끼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그냥 덮어두거나 모른 척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감정들을 인정받아 오지 못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이러한 감정은 내색하지 않는 것으로 학습이 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감정이 낯설기도 하고 이러한 감정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감정들에 대해 억제·회피하거나 냉담한 사람은 타인의 이러한 감정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의 기쁘고 즐거운 감정들에 대해 잘 공감하지 못하거나 공감적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니 당연히 관계적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불편한 감정보다는 안도감을 선호해 억제, 회피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러한 방법은 일시적으로 부적인 정서를 감소시키기도 하지만 정서경험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도록 방해하기 때문에 감정조절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감정의 강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해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의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이다. 특히, 우리의 마음이 요동치고 격해질 때만 감정조절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힘을 ‘평상시’에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평상시에 면역력을 향상시켜 놓아야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조차 보다 안전하고 예방될 수 있으며, 정할 때 마음을 단련하는 선 적공이 있어야 일상생활의 경계에 부동이 좀 더 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감정의 자동반응 패턴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감정의 습관에 사로잡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매번 감정 때문에 괴로워하며 절망하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자신이 벗어나지 못하는 동일한 마음의 되풀이 때문에 삶이 고통스러움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맹목적 습관의 상태를,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를 주는 각성 상태로 바꾸는, ‘깨어있는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감정적 습관이나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평상시에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의 습관에 힘을 실어줄 때마다 그것을 관장하는 뇌 회로도 실제 더 강화되므로, 감정은 감정일 뿐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나를 분리해 바라보는 것이다. 즉,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나 감정 혹은 감각 등을 경험할 때 그 경험 세계에 빠지거나 끌려가지 않고 거리를 두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는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부정적 생각과 감정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관찰하는 나, 깨어있기라는 분별력이 우리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자신의 습관적인 반응을 더 잘 자각하고,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감정에 대해서도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아무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내리는 선택도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관찰하는 나가 체험하는 나에 함몰되지 않은 채 거리를 두고 관찰하기 때문이다. 

 

■ 김은진(일원) 교수 
ㆍ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ㆍ명상심리전문가, 학습컨설턴트
ㆍ경희대 교육심리전공 교육학박사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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