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교사

[원불교신문=김기종 교사] 새벽 두시, 잠에 깊이 취해 있을 시각 핸드폰 벨소리에 잠을 깼다. 내가 1년 동안 담임을 했던 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연락이 온 것을 까맣게 잊은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 문득 드는 생각에 핸드폰을 확인 해봤다. 지난 1년 동안 혼자 고민이 많아 힘들어하고 말을 잘 듣지 않았던 학생이다. 문자의 내용을 살펴보니 한 해 동안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자기를 차별하지 않고 끝까지 잘 살펴줘서 너무나 고마웠고 남은 1년의 학교생활만큼은 후회 없이 열심히 학업에 매진할 것이라는 문자의 내용이었다.

순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이 몰려왔다. 이 학생을 담임하면서, 학교생활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모습과 학업에도 집중을 하지 못했던 시기를 보내는 것을 볼 때 마다 시간을 내어 학생과 상담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면서 앞으로의 진로와 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던 기억들이 스쳐가면서 ‘나의 노력이 조그만 도움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에게는 이러한 감동이 어떠한 선물보다 더욱 값비싼 선물로 내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우리 반은 관리하기가 조금은 힘든 그런 학급이었다.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등 학교 학업일정에는 무관심해 교사의 마음과는 전혀 반대로 행동하지만 체육이나 체험학습, 체육대회와 같은 활동에는 제일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적이면서도 학업과정에는 소극적인 다소 극단적인 면모를 확실히 드러내는 학급을 1년간 맡았다. 이러한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되돌아보면, 짧게 때로는 길게나마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그중에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 학생들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많은 노력과 함께 1년간 한 학급의 담임으로서 32명의 학생들을 챙기고 이끌어가면서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살려주며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항상 대화하고 공감했던 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강조한 것은 성실함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가치관으로 성실함은 그 어떤 것이라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늘 성실함을 강조하고 학급에서 맡은 임무에 대한 성실한 역할 수행과 학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한 노력을 하는 것을 제일 우선시 했다. 나 또한 성실함을 무기로 살아왔던 것 같다. 많은 인생을 살지는 못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성실함을 최선으로 해 임무와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맡고 있고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실함은 나를 겪는 다른 이에게 믿음을 줄 수 있고 그 믿음은 자신에게 큰 재산이 되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늘 되새기고 채찍질 하며 마음속에서 행실을 바로 잡고 생활한다. 교사는 성실함으로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학생을 위한 질 좋은 교육과 신뢰를 주고, 학생은 교사에게 믿음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고 그 ‘믿음’이 교사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값비싼 선물’이며 가장 이상적인 사제관계라고 생각이 된다. 이러한 교사의 노력이 쌓이고 쌓인다면 믿음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것이 곧 참된 스승이 되는 길이라고 판단된다.

매순간 스스로에게 강조하고, 실천하는 참된 스승이 되는 그런 날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원광고등학교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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