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 필요

김명은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은 교도]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토크 강사 쏭내관의 말이다. 그는 흔한 역사이야기를 들고 조선의 내관복장으로 세계를 누비며 창의적 스토리텔링의 고수가 됐다. 2천년대 이후로 ‘원소스멀티유스(OSMU)’,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과 ‘문화콘텐츠’라는 신조어를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나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라는 미래의 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불사했다. 문사철의 절망의 시대에 아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고 창의적 발상으로 문화콘텐츠를 협동해 만들어내도록 했다.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 광복 70주년 콘텐츠 공모전에 ‘태극기’, ‘애국가’, ‘위인 열사’ 등의 흔한 단어로 충남의 애국독립 고장을 순회하며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문화콘텐츠 영상을 만들었다. 이 성과로 작은 시골 학교의 여고생들이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수상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해 독특한 창의력으로 콘텐츠 동아리를 만들고 공모전 입상 등으로 광고 분야로 진로를 선택해 고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나는 지난해 법인성사 100주년에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성업에 대한 간절함으로 제4회 원불교콘텐츠 공모전에 ‘붉은 눈물’이라는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소설을 응모했다. 떠오르지 않는 작품 구상은 경계에 흔들리는 시간이었다. 쉬어가듯, 아이들과 ‘섬진강 문학캠프’에 참석했다. 그때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는 스토리텔링 작가는 “송정마을에는 옛날부터 철이 들어있는 돌들이 많이 있어 비가 오면 붉은 물을 줄줄 흘렸다. 그리고 숯을 만들어 파는 숯쟁이 마을도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그 순간 나는 ‘돌멩이, 철, 붉은 물, 숯’이라는 네 단어 위에 걸쳐지는 ‘혈인법인상’이 떠올랐다.

나는 마감일이 임박해 스마트폰 앱을 열고 그 위에 검지를 두드리며 ‘붉은 눈물’을 쓰면서 단순한 소설이 아닌 문화콘텐츠라는 포괄적 수용에 기반했다. 나는 ‘이 작품이 원소스멀티유스로 활용돼 연극, 애니메이션, 방송극으로 변용될 수 있을까?’, ‘이 글로 원불교 문화예술을 어디까지 선양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특히 나는 작품의 변용과정에서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드는 낭독극과 영상 콘텐츠를 생각했다. 글 속에서 주인공 홍점이 달구지에 실려서 영촌마을로 가는 길에도 흐드러진 붉은 배롱꽃나무를 심고, 옥녀봉 구간도실 마당에 드문드문 배롱꽃들을 불그스름하게 피웠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흐드러지게 분분하는 배롱꽃잎들과 옥녀봉의 바람이 법인의 그날을 감동 깊게 그릴 수 있도록 혈인의 이미지를 상상했다. 

마지막으로 ‘붉은 눈물’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김형수 작가의 한마디로부터 시작된 영감이다. 김 작가는 정토회 교당 특강에서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많은 스토리가 세상에 떠다녀야 한다. 그래야 대종사님은 평범한 세상의 성자로 다가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붉은 눈물’은 법인성사라는 원 소스를 기반한 픽션으로 다양한 원불교의 스토리텔링이다. 

하나의 좋은 이야기는 노래로 연극으로 영화로 꽃 피우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어떤 물질세상이 되어도 대종사의 이야기는 옥녀봉 아래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는 아날로그이다. 아날로그를 디지털 세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며 문화콘텐츠이다. 그 시대의 문화예술을 인정하고 공유할 때 원불교 교리에 바탕한 스토리텔링은 사람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것이 세상에 대한 은혜이다.

/정토회교당

[2020년 4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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