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도 원장

[원불교신문=손흥도 원장] 수년 전 전국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가 있던 어느 날, 동심의 세계가 궁금하여 대회장인 공원에 가봤더니 대회장 한 쪽에서 ‘마음그리기’를 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마음그리기?’ ‘마음?’ 어린이들이 마음을 어떻게 그릴까? 관심이 확 쏠려 ‘마음그리기’ 하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그 곳에서는 어머니와 어린이가 한조가 되어 서로 마주보고 즐기며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한 어린이는 창호지 한 장을 어머니 얼굴에 대고 어머니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고, 어머니는 창호지 한 장을 아이 얼굴에 대고 그 위에 눈·코·입 등 아이의 얼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얼굴에서, 아이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마음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그 그림의 장면을 보는 순간 마음이 그리 행복해질 수가 없었다. 그래 맞아. 우리의 얼굴이 내 마음의 모습이야.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내 마음이요, 얼굴의 모습도 내 마음이다. 웃는 얼굴도 내 마음이요, 여유 있는 모습, 긴장된 표정도 내 마음의 발현이다.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성리대전性理大全이라 하지 않았던가.

얼굴만 그런가. 나의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이 내 마음의 작용인 것처럼, 나의 육신(몸) 또한 내 마음의 모습이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인 것이다. 지금의 건강한 나의 육신은 온전한 내 마음의 모습이 그대로 발현되어진 것이다. 그래서 건강의 관점으로 심신관계를 볼 때에 ‘몸 건강은 마음건강에서 비롯하여지고, 마음건강은 몸 건강을 통해 확인되어진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얼굴빛이나 눈·코·입·혀 등의 몸 상태를 보고 질병진단의 근거를 삼는다. 그래서 보고, 듣고, 묻고, 진맥하는 4가지 진단 법 중 환자의 외모를 보아서 무슨 병인지 아는 의사를 제일 높은 단계인 신의神醫라고 한다. 얼굴을 마음의 거울이라 하는 것처럼 인체의 건강상태나 감정 및 심리상태 나아가 혈색 등은 장부의 건강상태로 각자의 얼굴로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간肝은 눈으로, 심장은 혀로, 비위는 입으로, 폐肺는 코로, 신장은 귀나 턱으로 신체의 이상 유무를 보여주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생명의 기본을 정·기·신精氣神이라 한다. 인체의 정기신은 생명의 기초물질이요, 생명활동의 원동력이며, 정신활동을 주관하는 생명 그 자체이다. 인체의 정精은 육신을, 신神은 정신을 주관하며, 정신과 육신 그사이에 기氣가 들어서 하나의 온전한 생명을 유지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신은 곧 마음으로 우리 몸의 정신활동, 운동신경, 지각신경 등의 생명활동현상을 총괄적으로 담당한다. 

<정산종사법어>에서는 우주 만유의 구성요소를 영·기·질靈氣質이라 하시면서 “영靈은 만유의 본체로서 영원불멸한 성품이며, 기氣는 만유의 생기로서 그 개체를 생동케 하는 힘이며, 질質은 만유의 바탕으로서 그 형체를 이름이니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정기신과 영기질이 표현에 있어서는 선후가 있으나 내용에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체를 소우주로 보는 한의학에서는 몸을 중시하기에 인체를 정·기·신으로 표현하였고, <정산종사법어>에서는 우주만유의  구성요소 중 마음이 근본이기에 영·기·질로 말씀하신 것 같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진리를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일체가 다 마음의 짓는 바一切唯心造’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짓고 받는 일체의 선악과 죄복, 성공과 실패도 다 이 마음의 짓는 바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명료한지 모르겠다. 

내 마음 모습은 어떨까. 멀리 볼 것 없다. 40넘은 내 얼굴은 내 작품이라 하였잖은가. 일찍이 정산종사님을 찾아 뵌 안병욱 선생은 ‘내가 이 세상에서 본 가장 좋은 얼굴’이며, “얼마나 정성껏 수양의 생활을 쌓았기에 저와 같이 화열과 인자가 넘치는 얼굴이 되었을까”라고 하였다. 이 법문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서울보화당한의원장

[마음공부섹션 2호-2019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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